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화훼장식은 오래전부터 정서 안정과 여가, 교육 등에 활용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치유농업과 연계한 프로그램으로도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런데 치유를 목적으로 화훼장식을 활용할 때 생각해 볼 가치 가운데 하나는 ‘생태성’이다. 생태성은 자연재료를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해 식물이 살아온 환경과 생명주기, 계절성, 자원의 순환까지 생각하는 개념으로 확장할 수 있다.
꽃 한 송이에도 생산과 유통, 이용과 폐기의 과정이 있다. 치유 화훼장식에서는 이 전 과정을 프로그램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생태성의 첫 번째 요소는 계절과 지역이다. 봄에는 매화와 유채, 여름에는 수국과 해바라기, 가을에는 국화와 열매, 겨울에는 상록성 가지와 마른 식물 등 계절마다 만날 수 있는 소재가 달라진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꽃과 농산물 부산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지와 열매를 활용하면 참가자는 자신이 살아가는 계절과 장소를 작품 속에서 경험하게 된다. “오늘 어떤 꽃을 사용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어떤 식물이 자라고 있는가”를 살피게 된다. 화훼장식이 자연을 관찰하는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식물의 생명주기를 이해하는 경험이다. 화훼장식에서는 활짝 핀 꽃이 주로 주목받지만 치유적 관점에서는 봉오리, 잎, 줄기, 열매, 씨앗, 마른 꽃까지 모두 의미 있는 소재가 된다. 봉오리가 피고 꽃이 지며 씨앗을 남기는 과정은 생명의 시간성을 보여준다. 참가자가 서로 다른 단계의 식물을 관찰하고 작품에 활용하면서 성장과 변화, 결실과 순환을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소재를 대하는 태도이다. 치유 화훼장식에서는 꽃을 많이 사용하는 것보다 한정된 소재의 특성을 충분히 관찰하고 활용하는 방식도 좋은 프로그램이 된다. 줄기의 곡선, 잎의 앞뒤, 꽃의 방향, 열매의 질감 등을 천천히 살펴보는 과정은 집중과 감각 활동을 돕는다. 남은 줄기와 잎도 작은 장식이나 자연놀이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꽃을 소비하는 활동에서 식물의 특성을 발견하고 활용하는 경험으로 발전한다.
네 번째는 친환경적인 제작 방법이다. 화훼장식에는 플로랄폼, 플라스틱 용기, 철사, 테이프, 포장재 등 여러 부자재가 사용된다. 치유 프로그램에서는 소재와 목적에 따라 가지 고정법, 침봉, 재사용 가능한 용기, 종이, 끈, 나뭇가지 구조물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작품을 해체한 뒤 꽃과 잎은 퇴비화하고 용기와 고정재는 다시 사용하는 방법도 교육적 가치가 크다. 참가자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원의 사용과 순환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특히 생태성은 치유농업과 화훼장식을 연결하는 좋은 접점이 된다. 치유농장에서 꽃을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여 장식에 활용하면 재배-수확-관찰-디자인-감상-재활용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씨앗을 뿌린 참가자가 꽃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고 직접 수확해 작품을 만든 뒤 씨앗을 다시 받아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한 번의 작품 제작이 계절을 따라 이어지는 연속적인 치유활동으로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는 자연의 변화와 자신의 활동을 연결하게 된다. 기다림, 돌봄, 선택, 창작, 완성, 나눔이라는 경험이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완성된 작품을 가족이나 이웃에게 선물하거나 공동공간에 전시하면 사회적 관계와 소통도 더해진다. 꽃을 매개로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앞으로 치유 화훼장식에서는 작품의 아름다움과 함께 ‘어떤 생태적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를 프로그램 설계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역의 식물자원을 찾고,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며, 식물의 생명주기를 이해하고, 사용한 자원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활동까지 설계할 수 있다.
꽃은 자연에서 자라 사람의 손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다시 자연의 순환으로 돌아간다. 치유 화훼장식에서 생태성은 바로 이 흐름을 사람의 경험과 연결하는 가치이다. 꽃을 통해 자연을 가까이 만나고, 생명의 변화를 느끼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 여기에 생태성을 품은 치유 화훼장식의 의미와 가능성이 있다.
참고문헌
송미진. 2026.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힘, 공공공간의 치유화훼장식.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6).
송미진. 2026. 카페에 치유를 더하는 치유화훼장식.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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