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의 핵심은 치유이다.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사람의 신체적·정서적·사회적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 치유농업의 중요한 목적이다. 그런데 치유농장의 핵심에는 경영도 있다. 치유농장은 사람에게 치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인 동시에 농장주의 노동과 자본이 투입되고 수입과 지출이 발생하는 경영체이기 때문이다. 좋은 치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려면 그 일을 담당하는 농장도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치유농업은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치유의 가치와 효과를 밝히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아왔다. 어떤 농업자원이 치유에 활용될 수 있는지,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 것인지, 참여자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등이 정책·연구·교육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이러한 축적은 오늘날 치유농업의 기반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분야가 치유농장의 경영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농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입구조에 관한 접근은 치유 효과나 프로그램 개발에 비해 약한 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농장주 역시 좋은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고 치유 효과와 참가자의 만족도를 높이면 경영성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쉽다.
그러나 치유 효과와 경영성과에는 서로 다른 계산법이 적용된다. 참가자 열 명이 매우 만족한 프로그램이라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100만 원이 들고 수입이 60만 원이라면 같은 방식으로 계속 운영하기 어렵다. 반대로 적정한 가격과 고객 수, 운영 횟수가 갖춰지면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수입으로 인력을 확보하고 시설을 관리하며 프로그램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좋은 경영이 다시 좋은 치유를 가능하게 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치유농장을 경영할 때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인가’와 함께 ‘이 농장에서 얼마의 수입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농장주와 가족의 노동에 대한 보수, 고용인력의 인건비, 재료비, 시설 유지비, 홍보비, 프로그램 개발비, 향후 시설 교체와 재투자 비용 등을 계산하면 농장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연간 목표수입을 설정할 수 있다.
목표수입은 경영을 구체적으로 바꾼다. 목표가 정해지면 몇 명의 고객이 필요한지, 프로그램을 연간 몇 회 운영해야 하는지, 고객 한 명에게 어느 정도의 가격을 받아야 하는지 계산할 수 있다. 개인고객과 기관고객의 비중, 계절별 프로그램의 배치, 농산물과 가공품 판매 등 다른 수입원의 역할도 숫자로 설계할 수 있다. 마케팅 역시 단순한 홍보와 참가자 모집에서 목표수입을 달성하기 위한 고객 확보와 관계관리로 구체화된다.
여기에 시간의 개념을 넣으면 치유농장 경영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올해 매출과 참가자 수를 관리하는 것과 5년 뒤 농장의 수입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시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보수와 교체가 필요해지고 인건비와 재료비도 변한다. 농장주의 연령과 노동능력, 고객층, 프로그램의 경쟁력도 달라진다. 따라서 1년 단위 경영계획과 함께 3년·5년 후 필요한 수입, 인력, 시설투자와 고객구조를 미리 그려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보조금의 역할도 보다 명확해진다. 치유농장을 조성하고 새로운 시설과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정책지원은 중요한 자원이 된다. 중요한 것은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자원이 이후 얼마의 수입을 발생시키는가이다. 예를 들어 지원사업으로 체험시설을 설치했다면 그 시설의 운영비와 유지비, 이용 가능한 기간, 적정 이용인원과 가격을 계산하여 몇 년 동안 어느 정도의 수입을 만들 것인지까지 경영계획에 담아야 한다.
농장 경영에서 지원사업의 선정 자체가 중요한 성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다음 사업을 기다리는 경영이 자리 잡을 가능성도 생긴다. 정책에서도 시설 설치와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투입 지표와 함께 지원 이후 농장의 자체 매출, 고객 증가, 반복계약, 시설 활용률과 같은 경영성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책지원이 농장의 자체 수입구조를 키우는 마중물이 될 때 지원의 성과도 장기간 축적된다.
치유농업 교육에서도 프로그램 운영과 치유 효과에 관한 내용과 함께 목표수입 설정, 원가계산, 가격 결정, 고객 세분화, 기관계약, 재방문 관리, 투자와 감가상각 등 실제 농장경영에 필요한 내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장마다 규모와 자원, 전문성, 고객층이 다르므로 자신의 농장에 맞는 수입모델을 직접 계산하고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치유농업에서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변화를 측정한다. 치유농장에서도 농장의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숫자가 있어야 한다. 매출과 소득, 프로그램별 원가와 이익, 고객당 매출, 재방문율, 기관의 반복계약률, 자체 수입과 정책지원금의 비중, 시설 재투자 여력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숫자가 몇 년 동안 축적되면 현재의 농장뿐 아니라 미래의 농장 모습도 읽을 수 있다.
사람에게 좋은 치유를 제공하는 농장이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그 자리에 있으려면 치유의 성과와 함께 농장을 먹여 살리는 수입이 꾸준히 만들어져야 한다. 치유농업의 정책과 연구, 교육이 사람의 치유를 깊이 들여다본 만큼 이제 그 치유를 제공하는 농장의 경영과 수입구조도 깊이 들여다볼 때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치유농장인가 사회적 농장인가, 현장의 저울질.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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