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장을 방문한 사람은 농장에서 여러 경험을 한다. 식물을 심고 가꾸거나 수확하고, 꽃과 허브의 향기를 맡으며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방문객은 농장을 떠나지만 그날의 경험은 기억으로 남는다. 농장에서 보고 만지고 느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물건이 있다면 그 기억은 일상에서 다시 이어질 수 있다. 치유농장에서 기념상품 개발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촌관광에서도 체험과 상품 구매의 관계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국내 농촌체험관광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체험 프로그램과 농특산물에 대한 만족도가 구매와 직거래 의향에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연구에서도 농촌관광의 경험이 지역 농식품 구매 의향과 연결될 수 있음이 보고됐다. 농장에서의 좋은 경험이 농산물과 상품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치유농장의 기념상품은 농장의 이름이나 로고를 붙인 일반적인 상품보다 그곳에서 경험한 식물과 활동을 담는 것이 자연스럽다. 라벤더를 주요 자원으로 활용하는 농장이라면 라벤더 향주머니와 압화 엽서, 허브차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꽃을 이용하는 농장에서는 꽃씨 봉투와 압화 카드, 작은 꽃 장식품 등이 가능하다. 허브차를 마시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면 그 차를 소포장하고, 식물 심기를 했다면 씨앗이나 재배키트로 연결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해외 농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의 클링크스 케어팜(Clinks Care Farm)은 농장에서 생산한 채소와 달걀, 과일, 사과주스, 꿀 등을 팜숍에서 판매하며 농장의 양털과 재활용 목재를 이용한 공예품도 상품으로 활용한다. 네덜란드의 농장 상점에서도 자체 생산한 꿀과 밀랍초, 차 등 농장의 생산물과 연결된 상품을 판매한다. 상품이 농장의 생산활동과 장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념상품 개발의 출발점은 ‘무엇을 만들어 팔 것인가’보다 ‘방문객이 무엇을 경험했는가’를 살펴보는 데 있다. 프로그램에서 직접 만졌던 식물, 기억에 남았던 향기와 색, 활동에 사용했던 재료가 상품 개발의 단서가 된다. 체험과 상품이 연결되면 방문객은 상품을 보면서 농장에서 했던 활동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
가격과 크기도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엽서, 책갈피, 씨앗봉투처럼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상품에서 차와 가공식품, 재배키트, 공예품까지 가격대를 달리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선물하기 쉬운 소포장 상품을 개발하면 방문객 한 사람의 경험이 가족이나 지인에게 전달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농장에서는 모든 상품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된다. 지역 공예가와 함께 농장의 식물을 소재로 공예품을 만들고, 지역 식품업체와 농산물 가공품을 개발할 수 있다. 목공예, 천연염색, 도자기, 한지공예 등 지역의 기술과 농장의 자원을 연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농장의 기념상품이 지역 생산자와 공예가, 가공업체의 일거리로도 연결될 수 있다.
포장에는 농장의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 농장의 식물과 풍경,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색채와 이미지를 활용하고, 상품에는 식물의 이름과 재배 이야기, 프로그램과의 관계를 짧게 소개할 수 있다. 농장에서 찍은 사진이나 식물 이야기를 담은 카드 한 장도 상품의 의미를 풍부하게 한다.
기념상품은 판매와 함께 프로그램 운영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마친 참여자에게 씨앗봉투나 엽서를 제공하고, 교육과정 수료자에게 농장을 상징하는 상품을 줄 수 있다. 기업과 기관의 단체 프로그램에서는 참가 기념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계절마다 농장의 식물이 달라진다면 봄·여름·가을·겨울 상품을 달리해 재방문을 유도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씨앗이나 재배키트는 치유농장과 잘 어울린다. 방문객이 집에서 씨앗을 심고 싹이 트고 자라는 모습을 돌보는 동안 농장에서의 활동을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QR코드를 활용해 재배방법이나 농장의 계절별 모습, 간단한 원예활동을 제공한다면 상품과 프로그램의 연결도 가능하다.
기념상품은 치유농장의 수입구조에도 도움이 된다. 프로그램 참가비에 더해 농산물과 가공품, 공예품, 재배키트 등의 판매가 이루어지면 농장의 수입원이 다양해진다. 방문 이후 온라인 주문이나 선물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품이라면 고객과 농장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접점도 된다.
치유농장마다 재배하는 식물과 프로그램, 지역 자원과 방문객이 다르다. 따라서 다른 농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자신의 농장에서 방문객이 가장 오래 기억하는 경험을 찾아야 한다. 농장을 떠난 사람이 차를 마시고, 씨앗을 심고, 향기를 맡고, 작은 공예품을 바라보면서 그날의 경험을 다시 떠올린다면 기념상품은 치유농장의 경험을 일상으로 이어 주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6. 치유농업과 원예가공의 새로운 가능성.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9.11).
김현주. 2026. 지역특산물에서 찾는 치유농업 자원.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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