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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창과 풍요의 상징, 토끼 서울동물원 홍보마케팅팀장 2011-01-05
강형욱 .
 
서울동물원의 왕벚나무도 벌써 잎을 다 내려놓았다. 사자의 우렁찬 포효소리도 한결 겸허해졌고. 동물원을 둘러싼 동물원 둘레길을 따라 걷다보면 부스럭부스럭 저만치에서 뛰어다니던 토끼도 잠시 멈춰 서서 귀를 쫑긋 세워 두리번거리다 산위로 후다닥 줄행랑을 친다.

토끼는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훨씬 길어 오르막엔 날쌔지만, 내리막에는 약하다. 그래서 토끼몰이는 산 위에서 아래로 한다.

토끼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물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 문화 속에 토끼가 등장하는 동요 ‘산토끼’에서 토끼는 혼자서 토실토실한 알밤을 주워오는 깍쟁이로 등장하고 ‘반달’에서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타고 있는 평온한 동물로 나온다.

옛이야기나 동요, 민화, 동시 등에서도 조그맣고 귀여운 생김새, 얼어붙은 듯이 가만히 큰 귀(10㎝)를 오뚝 세우고 사방을 노려보는 ‘놀란 토끼’의 표정에서 약하고 선한 동물, 그리고 재빠른 움직임에서 영특한 동물로도 묘사되고 있다.

토끼는 개, 고양이와 같이 다섯 발가락 끝에 힘을 실어 걷고 뛰는 지행동물(趾行動物)이다. 흔히 쥐와 토끼를 묶어 설치류라 하는데 둘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설치류인 쥐는 앞니가 위 아래 각각 한 쌍씩(4개)으로 곡식을 쏠아 닳아빠지는 만큼 일생동안 자라지만 중치류인 토끼는 쥐처럼 위 아래 각각 한 쌍의 크고 긴 앞니가 있고, 윗니 안쪽에 작고 짧은 이가 두 개 더 있는 것이 설치류와 다르다. 앞의 것은 쥐처럼 끝이 예리하면서 평생 자라지만 뒤의 것은 작고 뭉툭하면서 자라지 않는다.

전 세계 30여 종이 넘는 토끼를 비교해 보면, 굴을 파고 사는 굴토끼류인 집토끼(rabbit)와 굴을 파지 않는 멧토끼류인 ‘산토끼(hare)로 나눈다. 집토끼는 어미가 굴을 파고 그 안에다 자신의 털을 뽑아 깔고 새끼를 낳는데 새끼는 눈을 감은 상태로 태어나며, 털도 나지 않아 새빨간 맨살로 옴싹달싹도 못하지만, 산토끼는 맨땅에 터를 닦아 새끼를 낳으며 태어나자마자 눈을 뜨고 잠시 후면 온 사방을 뛰어 다닌다. 덩치 또한 산토끼가 집토끼보다 크고 귀가 더 길다.

흔히 2011년을 백토끼해라고 한다. 백호랑이해와 마찬가지로 백토끼띠가 좋다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사주팔자학에서도 특정한 해, 특정한 띠가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특히 우리가 즐겨 키우는 집토끼는 전신의 털이 흴 뿐 아니라 눈알이 빨갛고 귓바퀴에도 굵은 핏줄이 흐른다.

흰쥐나 흰 토끼, 백사나 흰까마귀도 자연계에 나타난 알비노(albino)로 이들은 전신이 희어서 천적 눈에 잘 띄어서 쉽게 사냥감이 되기에 생존율이 떨어진다. 암튼 백색증(albinism)이란 멜라닌 색소(melanin pigment)가 눈, 피부, 깃털, 머리털에 생기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 백화현상(白化現象)이라고도 하며, 그렇게 생긴 백색생물체를 알비노라 한다.
 
다만 옛사람들이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약방아를 찧는 토끼의 모습을 그리며 토끼처럼 천년만년 평화롭게 풍요로운 세계에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고 싶은 이상세계를 꿈꿔온 것에는 우리 인간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어쩌면 토끼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도 동질적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십이지에 위치한 토끼의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열두 마리의 짐승 가운데 토끼는 쥐 다음으로 작은 짐승이지만 그 위치는 당당하게도 호랑이와 용 사이에 끼어 있다.

또한 토끼를 뜻하는 ‘묘(卯 )’자에는 만물의 성장, 번창, 풍요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 토끼는 임신 25~30일 만에 2~3마리, 또는 5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6주가 되면 성성숙기가 되어 번식의 풍요로움을 안겨 준다. 성장, 번창, 풍요는 특히 농경민족이 향유하는 특성이고 토끼의 속성이기도 하다. 즉 토끼는 결코 약자가 아니라 어느 짐승보다도 생명력에 가득찬 상징동물로 작용되고 있다.

우리는 토끼를 일컬을 때 자신이 만든 행로로 다니는 외길인생에 비유한다. 이는 겨울이 지나가고 새봄이 오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다른 동물로부터 방어하기 위하여 명석한 두뇌로 수학적인 통행로를 생각하고 가장 빠른 길, 가장 안전한 길을 자기의 안식처와 연결해 놓을 줄 아는 치밀하고 명석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2011년 신묘년(辛卯年) 토끼의 해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서울동물원에서는 토끼해를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토끼와 관련한 특별전시장을 만들어 토끼와 닮은꼴 이색동물들을 전시해 직접 만져보고 안아보고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는 특별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면 띠별로 살펴보는 신년운세를 전시하여 재미있는 새해 아침을 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 이야기에서 절구질하는 ‘달 속의 토끼’까지 재미있는 동화 속 이야기도 전시해 놓았다.

신묘년 백토끼해가 좋다는 건 그냥 사이비 역학자들이 장삿속으로 하는 말들이다. 운명을 정하는데 있어서 사주팔자 보다 중요한건 바로 자신의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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