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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이석기 사건 단독으로 틀 수 없었을까
  • 기사등록 2013-09-09 08: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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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전신은 안전 기획부 일명 안기부며, 그 전신은 중앙정보부다. 일명 남산으로 불리는 때도 있었다. 본래의 활동목적은 해외 정보 수집과 재외국민 보호 및 테러정보 수집이다. 그러나 독재체제에서 통치를 목적으로 악용되어 그 기관에 희생당한 대다수 선량한 국민들이 많다보니 아무리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했다고 해도 지금까지 악명이 높은 건 사실이다.

국정원은 이 부분에서 반드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제아무리 자신들이 나서서 떼 빼고 광내 까마귀가 백조 됐다며 알아달라고 사정을 해도 왜 국민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치부해 버리는지 진지한 성찰을 해 볼 필요가 반드시 있다.

애쓰게 수집한 정보를 너무 테가 나게 활용하다보니 매우 엄중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또 시작이다’라는 선입견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그들 스스로가 주구장창으로 만들어 버린다. 활용하고 접근한 방식이 구태연 하다 보니 국민들로 하여금 모든 사건을 반신반의하게도 만든다. 그 구태 연한 방식은 왜 그렇게도 수십 년 동안 안 변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망이다.

만약 정부도 국회도 편안한 시기에 이석기 사건을 발표했더라면 그 한 가지 사건만으로도 국정원이 거듭나 크나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을 텐데 아쉽다. 아무든 대단한 사건임에도 소탐대실한 국가의 단면을 또 보게 되어 씁쓸했다.

이석기 사건 같은 건은 대단한 사건이다. 물론 진행과정에 적법한 민주적 절차나 사법부에서 판단을 내리어야겠지만, 국민의 대변기관에 있는 사람에게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충격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볼 수밖에 없도록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 버렸다는 점에서 다 된 밥에 코 빠친 격이 되어 그들이 차린 밥상이 과연 맛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한다.

그동안 역사적으로 국정원의 행보를 보면 꼭 오비이락(烏飛梨落)이다. 체제의 위기(그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수 있다는)를 느꼈을 때 가지고 있던 정보를 물 타기 식으로 뜬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평상시에는 변방에 뒀던 국정원 인사들을 정비해 실세에 앉힌다.

이번에도 감이 빠른 사람들은 뭔가 그 조짐을 느꼈을 것이다. 민주당인사들이 김한길대표를 진심으로 도와주지 않은 상태여서 지금의 전국상황을 어떤 형태로든 집권세력에게 유리하게 정리를 하겠거니 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김기춘씨가 등장하자 “뭔가 있는데... 뭘 틀 것 같은데...” 같은 생각을 하며 이번에는 뭘까 하고 기대아닌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충격적이긴 하다.

김기춘씨를 전면 배치할 때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예민한 박대통령의 심기를 하루빨리 편케 해드리고 싶고 충성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국에(그들이 생각할 때) 물 타기를 해야 할 때라고 관행적으로 생각하고, ‘이석기 사건’을 완성도 높게 처리해줄 전문가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김기춘씨가 들어가면서 오비이락인지 모르지만 수년 동안 가지고 있던 ‘이석기사건’이 거하게 활용된다.

이석기 사건 하나 만으로도 국정원이 거듭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었으나 어김없이 국정원은 예나지금이나 변함없는 일념으로 명예나 신뢰회복 보다는 주군을 위해 살신성인 했다는 평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해는 한다. 국정원의 모든 정보는 주군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연일 뉴스에 도배가 되는 이석기사건은 그자체로 충격이긴 하지만 국정원 이래 가장 할 일을 한 사건으로 기록 될 수도 있는 사건을 주군에게 받쳐버린 점 못 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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