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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역 / 김충경
  • 기사등록 2020-07-23 08: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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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 불빛 자울대는 이른 새벽
하얀 눈발 날리는 호남선 종착역에
마지막 열차가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있다

 

겹겹이 눌어붙은 서울의 번잡함을 떨치듯
총총히 사라지는 발걸음들 사이로
머뭇거리는 귀밑머리 희끗한 중년사내
머리 위에 검불 같은 새집 한 채 얹고
괭이갈매기 눈처럼 퀭한 눈 비벼대고 있다

 

무작정 상경했던 소년이 돌아와
빈 소라껍질처럼 우웅~ 소리 나는 몸으로
정적이 감도는 대합실을 서성이고 있다

 

가파른 삶의 길 오를 때마다 떠올렸던
고향 푸른 바다가 눈앞에 출렁거리고
비릿한 갯내음 낮게 깔린 목포역 광장
날개 꺾인 한 마리 새가 된 사내가
바닷가 등대마냥 우뚝 서 있는
호남선 종착역 표지석을 바라보고 있다

 

끝은 시작의 반환점이라는 것을 아는 양
용산행 무궁화호 첫 열차가
하얀 선로 위에 검은 수평선을 그으며
왔던 길 휘적휘적 되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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