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저리도록 시리던
칼바람은 잠시 주춤하고
혹여 설마 설마 하면서도
이토록 훈훈한 바람이
겨우내 차돌처럼 굳은 가슴에
살포시 와 닿는데
이 시련이 마지막의 진통이기를
바라는 나의 환상일지는 모르지만
자꾸만 머릿결을 파고들어
어리 숙한 뇌리를 때려오네
섬뜩하게 젖어드는
한 방울 또 한 방울
온 종일 잠에 취한 영혼을
괘종시계 바늘처럼 번갈아 오가며
황혼 녁 썩은 전봇대에
하염없이 내 갈기는
늙은 개새끼의 오줌처럼
오늘 비는, 정녕
누구의 가슴에 내리는
한 많은 자화상 이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