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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해석한 패륜녀 사건
  • 기사등록 2010-06-14 22: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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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한민국을 경악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이 학교 화장실과 여학생 휴게실에서 환경 미화원 아주머니에게 욕설과 막말을 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처음엔 해당 환경미화원의 딸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려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지만, 이후에는 그 싸움 내용을 녹음한 다른 학생이 녹음 원본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일파만파로 커지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이 사건을 ‘패륜녀사건’이라 부르며 가해학생을 비난했다.

학교 측에서는 진상조사에 나서 지난 20일, 해당 학생의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가해자와 가해자의 부모가 함께 환경미화원을 찾아가 사과한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아이들끼리도 싸우고 어른들끼리도 싸운다. 하지만, 유독 환경 미화원 아주머니와 서울 소재 대학생의 싸움에 우리가 더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가해 학생이 정도를 넘어선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가해학생의 ‘정도를 넘어선 실수’를 두 가지로 살펴보자.

패륜이란 인간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할 도리에 어그러짐을 뜻하는데 가해학생의 어그러진 행동이 대한민국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린 것이다.

어른을 공경하지는 못할지언정 무시한 행동은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리며 어른 공경을 생활화 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감정을 언짢게 만들었다.

아무리 사회가 변했어도 어른을 향해 막말을 하고 욕설을 하는 어린 대학생의 모습은 좀처럼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

어른이건 아이들이건, 또래끼리 싸우는 거야 다른 시각으로 보면 재미있는 구경꺼리도 될 수 있겠지만, 어른에게 딸 뻘 되는 학생이 꼬박꼬박 대들고 욕설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뒤집어 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정도를 넘어선 처사였다.

‘예의’가 법에 의한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른을 공경하고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배우지 않아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래서인지 상식에 벗어난 튀는 행동을 한 가해학생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욕과 함께 섞어서 “이거나 치우세요~” “이거 치우고 꺼지세요~” 하면서 환경 미화원 아주머니에게 ‘너 할 일이나 잘 하라’는 듯한 말투로 되받아치는 가해학생의 행동은 정말, 헉! 소리 나게 만든다.

사건 속의 피해자는 환경 미화원으로서 굳이 높낮이로 따지자면 사회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주변을 정리해주는 이런 분들이 안 계셨다면 더럽고 찝찝한 환경에서 생활해야 했을 것이다.

당연히 깨끗한 것이 아니라 부지런한 그분들 덕분에 깨끗하다는 것을 우리는 인지하지 못한다. 마치 공기가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항상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 없고, 어느 하나 훌륭하지 않은 직업이 없다. 가해학생은 그 사실을 절대 쉽게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

가해자는 서울 소재의 대학생으로, 좀 배운 사람이다. 피해자는 환경미화원 아주머니다. 사회적 시선으로 보면 가해자는 강자고 피해자는 약자로 보인다. 강자가 약자를 상대로 욕을하고 소리를 지르고 못되게 굴었다. 그래서 이번 패륜녀 사건은 단순한 두 사람의 싸움이 아닌 강자와 약자의 싸움으로 비춰졌던 것 같다.

대다수가 약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강자로 비춰지는 가해학생의 개념 없는 행동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힘이 있는 사람은 그만큼 유연한 행동, 지혜로운 생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는데 가해학생은 그 기대감을 산산이 부숴버린 것이다.

나 또한 나보다 약한 누군가에게 강자로서 군림한 적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학생들도 그러는 거 아니야. 친구들이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얘길 해야 되는 거야.

그래야 배우는 사람이지. 최고 학력까지 다니는 사람들이 그러는 거 아냐...”

구경만 하던 학생들에게 서운함 가득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남겼던 피해 어머니.

학생들의 정의롭지 못함을 꾸짖은 그 목소리에 우리 모두는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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