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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 먹기 운동과 초밥 제조 로봇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6-24 08: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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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농협전남본부는 최근 ‘범국민 아침밥 먹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에는 전남 광양시와 농협중앙회 광양시지부가께 시청 로비에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의 취지는 쌀 소비량의 급감을 극복하자는 데 있다.

 

농협전남본부는 쌀 소비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의 식습관 개선, 특히 아침밥 섭취를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과연 이 방식이 실효적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캠페인이 오히려 전시 행정에 그쳐 피로감만 누적시키고, 정작 실효성 있는 대안은 사장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를 보면 쌀 소비 감소는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2년 56.2kg에서 2022년 50.9kg으로 약 10% 줄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71.2kg에서 55.8kg으로 약 21%나 감소해, 일본보다 두 배 이상의 감소폭을 보였다.

 

그런데 올해 일본에서는 쌀 부족 현상이 발생했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는 1990년 이후 최대 물량의 쌀을 일본에 수출했다. 자급률 100%를 넘어 수출까지 하는 일본에서 쌀이 부족해진 원인은 캠페인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급증으로 인한 ‘초밥’과 ‘주먹밥’ 소비 증가였다. 초밥의 세계적 인기로 일본 쌀의 해외 수요도 늘어나면서, 일본산 쌀은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활기를 띠게 된 것이다.

 

일본의 주식 역시 쌀이지만, 우리와 달리 그 소비 기반은 ‘외식’ 문화 속에서 확장되고 있다. 해외에 있는 일본식 레스토랑은 2013년 일본 음식(和食, 와쇼쿠)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나서 급격히 증가했고, 그 중심에는 초밥이 있다. 초밥은 일본 내와 해외에서도 일본 쌀 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초밥은 일본쌀 소비의 중요한 통로이지만 초밥 장인은 양성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본은 이미 1970년대부터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초밥로봇’이라는 대안을 개발해왔다. 이는 쌀의 과잉 생산에 따른 소비 확대 방안으로 측면에서 추진되었다.

 

초밥로봇은 1981년 시장에 처음 등장했으며, 2024년 기준 시간당 4,800개의 초밥을 제조할 정도로 정교해졌다. 초밥제조 로봇은 일본 내뿐 아니라 해외 수출도 활발해 일본 쌀 소비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초밥로봇은 변해버린 식생활을 되돌리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변화된 소비 성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기술로 대응한 결과물이다. 

 

일본은 소비자 수요와 시장 흐름에 맞춰 실질적이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도입했으며, 그로 인해 쌀 소비를 자연스럽게 촉진했다. 반면, 농협전남본부가 펼치는 ‘아침밥 먹기 운동’은 자발적인 소비를 유도하기보다는 전시 행정, 보도자료를 내보내기 위한 수단 및 형식적인 구호에 그치는 인상이 짙다.

 

진정한 쌀 소비 확대를 원한다면, 생활 방식의 변화와 외식 문화의 흐름을 정밀하게 분석해, 초밥로봇처럼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쌀 소비는 ‘아침밥 먹기 운동’캠페인으로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변해 버린 식문화 속에서 국내에서 문화에 맞춰 자연스럽게 선택될 수 있는 쌀 상품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꾸준한 쌀 소비 촉진과 확대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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