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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군치유농업센터, 경영이 우려된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7-03 08: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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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 곡성군이 지난 6월 27일 오곡면에 조성한 '곡성군치유농업센터'의 준공식을 가졌다. 치유농업이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국민의 심리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 증진을 돕고, 더 나아가 사회적·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최근 농업의 다원적 가치와 융복합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곡성군치유농업센터는 유리온실(230㎡)과 치유텃밭(400㎡) 등 총 630㎡ 규모로 조성되었으며, 내부에는 치유 쉼터와 교육장도 갖추고 있다. 곡성군은 이곳을 통해 ▲치유농업 전문 인력 양성, ▲맞춤형 치유프로그램 운영, ▲군민 건강 증진, ▲치유농업 홍보 강화, ▲치유농업 거점기관 역할 수행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경영과 전문성 측면에서 짚어야 할 과제가 많다. 첫째, 경영 측면에서의 지속 가능성 문제로 가장 큰 우려는 자립적 운영의 어려움이다. 이번 센터 설립이 지자체 공모사업 등 외부 재정에 크게 의존해 추진된 만큼, 장기적으로 수익 구조를 어떻게 확보할지가 불분명하다. 이로 인해 향후 예산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센터 운영이 단발성 행사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행정기관과 현장 간의 괴리도 문제다. 의료와 복지기관, 지역사회, 이용자, 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한 사업은 실질적인 치유 효과보다는 '운영 실적'에 치중하게 되고, 이는 곧 치유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형식적인 운영에 머무를 수 있다.

 

더불어 곡성의 장점인 장미축제, 특산물, 인적 자원 등 지역 자원과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지역민을 위한 공간인지, 관광객을 위한 체험장인지, 인력 양성 기관인지 센터의 방향성과 정체성도 불분명하다는 평가다.

 

둘째, 전문성 측면에서의 구조적 한계이다. 치유농업은 단순한 농업 체험과는 다르다. 과학적 치유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와 정량적 분석이 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한 평가 도구와 시설, 장비 등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곡성센터를 비롯해 국내 다수의 치유농업 시설은 이런 기반이 부족하다. 결국 "얼마나 치유되었는가"를 수치화하지 못하면, 산업화는 물론 경제적 지속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프로그램 구성 또한 전문성과 목적성이 떨어진다. 지역민을 위한 것인지, 관광객을 위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고, 대상자별 맞춤형 콘텐츠도 부족하다. 이는 결국 실질적인 치유보다는 체험 위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치유농업 시장의 한계도 존재한다. 현재 국내 치유농장 다수가 일반 체험농장과 차별성이 적고, 치유농업 소비자가 적어 치유농장은 많지 않음에도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 상태에서 인력 양성이나 시설 확대만으로는 실질적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공간 및 시설 활용의 비효율성 문제다. 많은 지자체 사업들이 공공시설을 조성한 후 활용률 저조로 골머리를 앓는 것처럼, 곡성치유농업센터도 치유에 적합한 공간 디자인이나 프로그램과의 연계가 부족할 경우 단순한 전시 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곡성군치유농업센터가 진정한 치유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 ▲과학적 치유 효과의 검증과 자료화, ▲명확한 대상자 설정과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전문 인력 확보 및 지속적인 교육, ▲지역 자원과의 유기적 연계,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행정 제도 개선이 그것이다.

 

더불어 센터 설립 자체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치유농업이라는 산업의 본질에 맞춘 경영 모델을 설계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단순한 체험공간이 아닌, 사회적 처방과 정서적 회복이 가능한 공공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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