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농촌의 고령자들이 겪는 일 중독 문제는 단순히 건강이나 과로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고립과 외로움이라는 근본적인 심리·사회적 요인의 결과이며, 이 둘은 서로를 더욱 악화시키는 고리로 작용한다. 필자는 이전 칼럼에서 농촌 고령자의 일 중독 문제를 다룬 바 있으며, 이번에는 그 문제의 이면에 자리한 고독과 함께, 이를 통합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치유농업의 가능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2023년 기준 전라북도의 1인 가구 비중은 37.7%로 전국 평균(35.5%)을 상회하며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중 60대가 18.7%, 70세 이상이 무려 26.8%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전라북도는 전국적으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대표적인 지역이며,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고령자 비율이 도시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곧, 농촌에는 고령의 1인 가구가 많다는 의미다.
혼자 사는 고령 농촌 주민들은 많은 경우 ‘외로움’을 일로 잊으려 한다. 일을 멈추면 정적이 밀려오고, 이 정적은 불안과 우울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노동이 단순한 정원 가꾸기나 산책이 아니라, 농기계를 사용하는 고강도 농작업이라는 점이다. 이들에게 “건강상 이제는 좀 쉬셔야 한다”라고 조언할 이웃도, 가족도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노동은 일 중독으로 고착되고, 이는 신체적 탈진뿐 아니라 사고 위험으로도 이어진다.
이러한 현실에서 농촌 고령 1인 가구를 위한 사회적·심리적 개입은 시급하며, 그 중심에 ‘치유농업’이 자리할 수 있다. 치유농업은 단순한 농사일이 아니라, 농업 활동을 매개로 신체적 회복, 정서적 안정, 사회적 관계 회복을 도모하는 통합적 접근이다. 예를 들어, 공동 텃밭에서 여러 고령자가 함께 작물을 심고 가꾸는 활동은 자연과 교감하며 정서적 위안을 얻고, 타인과 함께하는 경험을 통해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치유농업은 농업의 전문성을 가진 고령자들에게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생산 중심의 농사가 아닌, ‘가르치고 나누는’ 형태의 활동은 고령자들에게 자존감과 삶의 의미를 되찾아준다. 자신이 가진 농업 기술을 후세대나 도시민, 혹은 발달장애인·청소년 등에게 전수하는 과정은 단순한 일상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이는 ‘일을 통한 고립’이 아니라, ‘일을 통한 연결’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가진다.
전라북도는 이미 치유농업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농촌 지역 마을 단위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 단위 고령자, 특히 1인 가구를 위한 접근은 부족하다. 지역 보건소, 농업기술센터, 복지기관, 치유농장, 대학의 치유농업과가 연계하여 치유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여기에 심리상담, 건강 관리, 생활 지원, 치유농업사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농촌 고령자의 일 중독 문제를 단순히 ‘쉬게 하자’고 해결할 수 없다. 그 이면에는 외로움이라는 감정, 고립이라는 현실이 놓여 있으며, 이들을 하나의 문제로 보고 함께 접근해야 한다. 치유농업은 그 두 가지 문제, 즉 ‘일중독과 고독’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 드문 해법이다. 이는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농촌 고령자의 존엄과 삶의 질을 지키는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5. 농촌 고령자 일 중독, 복지의 시선으로 풀어야.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