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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농업과 6차 산업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9-02 0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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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농업은 인류의 생존을 지탱해온 가장 오래된 산업이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행위는 단순한 생산을 넘어 공동체의 존속을 가능케 한 생활 방식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농업은 점차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1차 산업’으로만 인식되었고, 농촌 사회 역시 노동과 생산 중심의 체계로만 평가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최근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재발견하고 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시도에는 치유농업, 관광농업, 체험농업 등 다양한데, 놀이농업, 재미 농업, 엔터테인먼트 농업 또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에 속한다.

 

이 중에서 엔터테인먼트 농업은 농업 활동에 재미와 오락성을 입혀 놀이, 체험,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것을 뜻한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즐기고 체험하는 것’으로 농업을 전환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시도는 전통 속에도 존재했다. 힘든 농사일의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부른 농악과 김매기 노래는 노동과 오락이 결합된 대표적 사례였다.

 

오늘날에는 특산물 축제와 체험 행사 속에서 그 전통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특정 농산물을 단순히 판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특산물 모양의 포토존을 설치하거나, 관련 빵 만들기 체험을 운영하며, 공연과 전시를 결합하는 방식은 농업을 곧 엔터테인먼트의 장으로 만든다. 이때 도시민이나 관광객은 단순히 생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공연의 관객이자 놀이의 참여자로 자리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농업을 ‘노동’에서 해방시키고, 문화와 놀이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이다. 농촌에서 열리는 음악회, 계절별 농산물 축제, 어린이 맞춤형 체험농장 같은 프로그램은 농업을 흥미로운 오락의 장으로 만든다. 농부 역시 ‘먹을 것을 생산하는 사람’에서 나아가 ‘문화를 기획하고 즐거움을 제공하는 연출가’로 인식된다. 엔터테인먼트 농업은 농업을 생활 속 여가와 힐링, 관광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두며, 농업의 새로운 매력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6차 산업은 농업의 경제적 구조 혁신에 방점을 둔다. 일본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1차(생산) + 2차(가공) + 3차(서비스·관광)를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이다. 단순히 쌀이나 채소를 재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가공해 떡·잼·와인 같은 상품을 만들며, 체험·관광 프로그램과 연결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농가는 생산에서 판매까지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할 수 있어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확보할 수 있고, 지역경제에도 파급 효과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 융복합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이 추진되며 치즈 마을, 된장 체험마을, 전통주 가공촌 같은 사례가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6차 산업의 본질은 ‘융합’과 ‘부가가치 창출’이다. 농업이 생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공과 서비스로 연결되면서 농촌은 새로운 산업 공간으로 변모한다. 이는 농가 소득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소비자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먹거리와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다시 말해, 6차 산업은 농업의 다기능성을 경제적 가치로 환원하는 전략이다.

 

두 개념을 비교하면, 6차 산업은 농업을 중심으로 가공과 체험을 융합하여 경제적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있다. 반면 엔터테인먼트 농업은 농업을 매개로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제공하는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모델이다. 전자가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산업 구조 개편을 목표로 한다면, 후자는 농업의 대중적 매력과 관광적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둔다.

 

물론 두 개념은 상호 보완적이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가공품 판매와 함께 축제·공연을 결합한다면 그것은 6차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농업의 융합형 모델이 된다. 실제로 일부 농촌에서는 전통주를 직접 빚어보는 체험과 전통 공연을 함께 제공하거나, 농산물을 주제로 한 페스티벌을 통해 경제성과 문화성을 동시에 살리고 있다.

 

따라서 농업은 단순한 생산의 영역을 넘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와 예술의 무대로 확장되고 있다. 6차 산업이 농업을 ‘융복합 경제 모델’로 자리매김시켰다면, 엔터테인먼트 농업은 농업을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두 개념을 조화롭게 결합해 경제성과 즐거움, 생산성과 문화성을 함께 담아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농업은 더 이상 땅에서만 시작되고 끝나는 산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설계하고 감동을 전하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재미농업과 엔터테인먼트 농업, 농촌의 새로운 무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8-31.).

허북구. 2024. 재미 농업과 놀이.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4-03-06).

Mitchell, M., L.T, Damonte, and D.J. Domke-Damonte. 2007. Agri-tainment: combining agriculture and entertainment along the grand strand. The Coastal Business Journal 6(1):11-24.

Mitchell, M. and G. Turner. 2010. Agri-tainment: a new crop for farmers. Journal of Food Products Marketing 16(4):373-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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