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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월출산의 노적봉, 농촌 치유자원 스토리텔링 마케팅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9-09 08: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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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최근 많은 지자체들이 농촌 치유관광에 주목하면서, 농촌 치유자원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농촌 치유자원은 크게 자연자원(환경·생태자원), 문화자원(역사·경관자원), 사회자원(시설·경제·공동체자원)으로 구분되며, 어느 범주이든 치유의 관점에서 새롭게 발굴하고 부가가치를 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환경과 경관자원은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이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원의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러한 맥락은 역사적으로 풍수지리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풍수지리는 산과 물, 방위 등 자연의 흐름을 읽어 인간의 길흉화복과 연결시키는 전통 사상으로, 좋은 터전을 찾아 집이나 묘지, 도읍을 정함으로써 복을 얻고 화를 피하려 했다.

 

우리나라 풍수의 시조로 알려진 도선(道詵, 827년생)은 완벽한 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 아래, 단점을 보완하는 비보풍수(裨補風水)를 강조했다. 이는 땅의 약점을 보완하여 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상으로, 시대와 분야를 막론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유효한 논리와 정신으로 평가된다.

 

도선이 태어난 곳은 전라남도 영암군 월출산 구림마을로 추정된다. 월출산에는 노적봉(露積峰)이 있는데, 풍수 형국(形局)에서 ‘노적’은 곡식더미가 쌓이는 모습을 뜻하고, ‘봉’은 하늘과 땅을 잇는 봉오리를 의미한다. 한국 전통 풍수에서 형국은 단순한 외형 묘사가 아니라 그 땅이 지닌 기(氣)의 성질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이해되었다. 산이 용을 닮으면 용형국(龍形局)이라 하여 길지로 보고, 거북을 닮으면 귀형국(龜形局)이라 하여 장수와 지혜를 상징하는 식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노적봉의 형상은 곡식더미와 재물을 상징한다. 따라서 노적봉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재물의 기운을 받아 재운(財運)이 열린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미신이라기보다, 자연의 형상 → 인간의 해석 → 심리적·문화적 효과라는 풍수의 논리 체계에 기초한다.

 

현대 심리학의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철학적 개념인 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플라시보 효과는 효과가 없는 약이나 치료를 진짜라고 믿었을 때 실제로 증상이 호전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에너지로 작용해, 그에 맞는 현실이나 경험을 끌어당긴다는 신사상적 믿음이다. 긍정적인 믿음과 기대가 실제 신체·심리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풍수적 해석과 상통한다.

 

노적봉이 잘 보이는 곳은 영암군 군서면 왕인로, 즉 도갑리 구림마을이다. 이곳에는 최근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로 선정된 (사)예담은규방문화원이 자리 잡고 있다. (사)예담은규방문화원은 전통 천연염색 체험, 월출소반 미식 체험, 천연염색 상품 판매 등을 운영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으뜸두레(2024·2025년)’에도 연이어 이름을 올렸다.

 

또한 (사)예담은규방문화원은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농촌 돌봄서비스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 ‘농촌돌봄농장’ 분야에 선정됐는데, ‘돌봄 농장’은 취약 계층을 위한 치유농업 모델이다. 그러므로 관광과 치유 측면에서 방문객이 많은 곳인데, 노적봉을 바라보며 곡식더미를 앞에 둔 듯한 상징적 경험을 통해 ‘부자가 되는 기운’을 기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이다.

 

이처럼 농촌 치유관광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지역의 지명과 환경, 역사적 맥락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을 때 자원의 가치가 배가된다. 영암 월출산 노적봉 사례는 풍수와 경관을 접목하여 치유자원으로 재해석한 좋은 본보기다. 앞으로 각 지자체와 치유농장은 이러한 지역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치유관광의 효용과 매력을 더욱 높여갈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엔터테인먼트 농업과 6차 산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5.9.2.).

허북구. 2025. 농촌 자원과 관광의 만남, 지역 살리는 힘 된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5.5.2.).

허북구. 2025. 광양과 영암의 도선국사 그리고 풍수밥상.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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