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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업, 기계화로 인건비 위기 넘어서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9-11 08: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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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는 최근 해남군 북평면 와룡리에서 농촌진흥청, 농협 관계자, 지역 농업인들과 함께 밭농업 기계화 현장 연시회를 열고 배추 재배를 중심으로 농업 생산비 절감과 작업 효율성 향상을 위한 기계화 기술 설명과 농기계 시연을 진행했다. 그러나 현장 연시회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계화율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행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 전남 농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인건비 상승이다. 노동 인구의 감소, 농업 종사자의 고령화, 최저임금 인상 등이 겹치면서 농업 경영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농사는 생산성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높은 기계화율이 자리한다.

 

논벼 재배의 기계화율은 무려 99.7%에 달한다. 모내기에서 수확, 건조·조정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공정이 기계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과거 막대한 인력이 필요했던 과정이 획기적으로 절감되었고, 인건비가 오르더라도 노동력 의존도가 낮아 논벼 재배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생산비 상승 압박도 다른 작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그러나 쌀농사와 같은 사례는 예외적이다. 전남은 배추, 양파, 고구마처럼 대면적 재배가 이루어지는 주요 품목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력 의존도가 높다. 이런 품목들은 기계화율을 높이면 곧바로 인건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초점은 외국인 근로자 확보나 기숙사 건립 등에 맞춰져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과수의 적과·수확, 채소의 유인·수확, 화훼의 조정 작업 등은 숙련된 손작업이 중심이어서 기계화가 쉽지 않다. 작물 형태가 다양하고 작업 환경이 제약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인력에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건비는 계속 오를 것이고, 인력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기계화율이 낮은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기술을 도입하여 노동 절약형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최근 시설원예에서는 수확 로봇, 자동 주행 대차, 운반 드론 등이 실용화되고 있다. 과수 분야에서도 수확 보조 기계, 자동 전정기, 저수고 재배체계 도입이 진전되고 있으며, 화훼 분야에서는 자동 선별·포장 장치가 상용화되어 출하 효율화에 기여하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인건비 절감과 노동 부담 경감을 통해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단순히 기계를 들여놓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포장의 대규모화, 재배 방식의 표준화, 공동 이용 체계 구축 등 경영 구조의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중소 농가가 많은 전남에서는 각 지역의 농기계임대사업소의 역할 강화, 농기계 공유와 공동구매·공동이용을 확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개별 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지역 전체가 함께 효율화의 혜택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야 기계화의 저변이 확산될 수 있다. 

 

쌀농사가 인건비 상승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은 고도화된 기계화 체계 덕분이다. 이는 전남 농업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기계화율이 낮은 품목이라도 기술 혁신과 경영 개혁을 결합한다면, 인건비 상승의 충격을 완화하고 생산성을 유지·향상시킬 수 있다.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한 시대, 기계화를 통한 생산 구조 재설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전남 농업은 당장 대면적 노지재배 품목부터 기계화율을 끌어올리는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농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길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나주 산포면 원예농업, 외국인 노동 의존의 시사점.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2.5.26.).

허북구. 2025. 외국인 근로자의 덫에 빠진 전남 농업, 괜찮은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2.5.23.).

허북구. 2025. 전남 농촌 인력난, 일손 돕기로는 부족하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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