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전남지역의 농촌은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한 인구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호남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전남 귀농 가구는 1,516가구로 전년 대비 14.19% 줄었으며, 2022년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귀농 인구 또한 1,987명(2022년) → 1,803명(2023년) → 1,538명(2024년)으로 줄었으며, 가구당 평균 인원 역시 1.24명에 불과해 ‘1인 귀농’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농촌인구의 초고령화와 감소 그리고 귀농 귀촌 인구의 감소는 인구 구조 자체가 붕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촌의 인구가 줄면 무엇보다도 생활 인프라가 무너진다. 학교와 병원, 대중교통과 마을 상점은 최소한의 수요가 있어야 유지되는데, 귀농·귀촌 인구마저 줄어드는 현실은 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전남의 산간 마을이나 어촌의 경우, 인구 감소로 인해 폐교와 버스 노선 단축이 속출하고, 고령자들의 의료 접근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귀농·귀촌이 줄어드는 현상은 단순히 농업 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 존립의 기반을 흔드는 결과를 낳는다.
귀농·귀촌은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을 지역 사회에 유입시켜 고령화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경로였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의 감소세는 이러한 순환 구조의 단절을 의미한다. 전남의 농촌은 이미 고령화율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며, 귀농·귀촌 감소로 인해 ‘빈집 마을’이 확산되고 있다.
농업은 기계화와 기업농으로 일정 부분 대체 가능하고 유지될 수 있으나, 농촌은 마을 구성이나 생활 공동체의 돌봄 기능은 사람의 존재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인구 감소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농촌의 마을이나 공동체 문화와 삶의 방식 자체의 붕괴를 뜻한다.
전남은 풍부한 전통음식, 농경문화, 그리고 독특한 농업경관을 지닌 지역이다. 그러나 인구가 줄고, 귀농·귀촌이 감소하면서 이를 이어갈 주체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아니라, 지역과 마을의 전통을 이어가며 논과 밭, 산과 하천을 돌보는 사람들의 부재가 문제다. 방치된 농지와 숲은 야생동물 피해와 재해 위험을 키우며, 이는 도시민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 농촌의 붕괴는 농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환경·국토관리 전반의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귀농·귀촌 감소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도시와 농촌 간 생활격차, 농업 소득의 불안정성, 교육·의료·문화 인프라 부족이 구조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전남 지역은 중장년 1인 귀농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는 생계보다 ‘은퇴 후 귀향’ 성격이 강해 지역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청년층과 가족 단위 귀농이 늘어나지 않는 한, 농촌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담보되지 않는다. 결국 농촌을 단순한 농업 생산지로만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살고 싶은 곳·재미있는 곳으로 만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 대응책 중의 하나는‘재미농업’이다.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하고, 도시민이 찾아오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농업을 ‘노동’의 공간에서 ‘놀이’와 ‘즐거움’의 공간으로 확장해야 한다.
농촌의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활용해 체험·교육·관광을 결합하고, 농촌에서 사는 자체가 재미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논습지 생태 체험,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미디어·SNS와 연계한 농산물 스토리텔링, 계절별 농촌축제와 농업예술관 같은 콘텐츠는 농촌을 ‘재미있는 생활공간’으로 바꿔놓는다. 이는 단순히 외부 방문객 유치에 그치지 않고,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살고 싶은 곳”이라는 동기를 부여한다.
전남의 귀농·귀촌 감소는 농촌 공동체와 지역 문화, 그리고 농업 기반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신호다. 따라서 전통적인 농업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농촌을 ‘힘들고 불편한 곳’이 아닌, 농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곳으로 재창조하는 일이다.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삶의 여유와 공동체적 따뜻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농촌을 디자인해야 한다.
재미있는 농업, 재미있는 농촌은 곧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머무는 힘이 된다. 더 나아가 새로운 귀농·귀촌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농업의 생산성만이 아니라, 농촌에 사는 즐거움과 재미를 강화하는 것은 전남 농촌이 직면한 인구 감소와 공동체 붕괴의 악순환을 끊어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4. 전남 농업의 분업과 아웃소싱.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4.8.8.).
허북구. 2024. 정년퇴직과 재미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4.7.3.).
허북구. 2024. 재미 농업과 퇴직자의 농촌 이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4.1.2.).
허북구. 2023. 농업과 농촌의 위험한 관계.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