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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배터리 화재와 농촌 사회의 안전관리 과제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9-29 08: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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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리튬배터리 화재로 정부의 핵심 정보시스템이 불에 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리튬배터리(리튬이온 전지)의 화재 사고가 이처럼 자주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로 크게 보도되고 있다. 스마트폰, 전동 자전거, 모바일 기기와 같은 도시 생활의 필수품뿐만 아니라, 농촌 사회에서도 리튬배터리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농기계의 전동화, 고령자의 이동수단인 전동 카트와 실버카, 더 나아가 농작업 보조 로봇이나 소형 발전 장치 등 활용 범위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그 편리함 이면에는 화재 발생 시 심각한 위험이 숨어 있으며,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피해가 주택이나 창고, 산불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철저한 안전 관리와 사회적 대응이 시급하다.

 

리튬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지녀 장시간 사용과 경량화에 유리하지만, 그만큼 내부의 열 폭주나 단락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기 쉽다. 더구나 일반 소화기나 물로는 불을 잡기 어렵고, 한 번 발화하면 다시 불이 붙는 ‘재착화’의 위험성이 있다. 리튬전지 화재는 일반 화재에 비해 진압에 오랜 시간이 걸리며, 벽지의 경우 소방서의 출동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확대되기 쉽다.

 

농촌 지역에서는 도시와 달리 전동화 대상이 다양하다. 예를 들어 고령자의 이동을 지원하는 전동 카트는 일상적으로 충전이 필요하며, 창고나 헛간의 한쪽에 임시 충전 공간이 마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농기계의 보조 동력이나 산간 지역의 소형 드론 이용 등 사용처는 점점 늘고 있다. 이들 기기는 종종 오래된 건물이나 목조주택 근처에서 사용·보관되며, 화재가 발생하면 연소로 인한 2차 피해가 막대할 수 있다. 농촌은 소화전이나 방화 인프라가 도시보다 취약하기 때문에 위험은 더욱 심각하다.

 

리튬전지 화재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적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는 충전 환경 개선이다. 가연성 자재 근처에서 충전하지 않고, 가능하다면 내화성이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둘째,기기 적정 사용이다. 정품 충전기를 사용하고 과충전이나 무리한 개조를 피한다. 농촌에서는 중고 기기나 저가 배터리 유통이 많으므로 품질 확인이 필수다.

 

셋째, 보관 방법 개선이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만충전을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장소에 보관한다. 헛간이나 창고에서는 농약이나 연료와 같은 공간에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소화 장비 구비이다. 기존 분말 소화기에 더해 리튬전지 전용 소화제나 모래를 준비한다. 농협이나 지자체를 통한 공동 구매도 검토할 만하다.

 

농촌 지역은 고령화율이 높아 전동 이동수단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고령자는 충전 관리나 화재 위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기 보급 시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정기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가족이나 지역 자원봉사가 협력해 안전 점검을 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지 화재는 독거 노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지역 돌봄 시스템의 일환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농촌의 리튬전지 화재 위험은 개인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행정과 지역 사회의 역할이 크다. 예를 들어 지자체는 농기계 보조금이나 고령자 이동 지원 제도와 연계해 안전 교육이나 소화 장비 도입을 지원해야 한다. 또 소방서나 농협은 지역 설명회를 열어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과 대피 행동을 알리는 활동을 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는 리튬전지의 재활용과 폐기 관리 강화로, 노후 전지에 따른 화재 위험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기술적 해결책도 진전되고 있다. 난연성이 높은 고체 전해질을 활용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 발화를 억제하는 신소재 채택 등 차세대 전지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농촌 사회에 보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사용법’과 ‘관리’의 철저함이 유일한 방어책이다. 미래의 안전 기술에 기대를 걸면서도, 지금 당장의 실천적 대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리튬배터리는 농촌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고, 농업의 효율화와 고령자의 이동 지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그 편리함 뒤에는 화재라는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진압이 어렵고 피해가 확대되기 쉬운 특성은 농촌 사회에서 2차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편리하니까 쓴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안전하게 쓴다”라는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개인, 지역, 행정이 하나가 되어 철저한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의 농촌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생활을 지키는 열쇠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4. 급성장하는 농업용 로봇.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4-09-04).

허북구. 2024. 전남 농업 DX.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4-06-18).

허북구. 2024. 태양 폭풍과 농업 GPS. 허북구농업칼럼(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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