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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국제농업박람회, 철저한 분석 바탕으로 혁신해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11-13 0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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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지난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전남 나주 산포면 전남농업기술원 일대에서 열린 ‘2025 국제농업박람회(이하 박람회)’가 막을 내렸다. 박람회가 끝난 이후 ‘역대 가장 한산한 박람회’, 관람객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화려한 공연과 이벤트가 있었지만 농업의 본질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행사의 외형은 커졌으나, 박람회가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와 시대적 흐름의 변화에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 또한 많다. 전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박람회 방문객 24만 명 중 절반이 전남도민, 광주 28%, 타 시·도는 25%에 불과했다”라며 “국내외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지역행사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박람회의 목적은 도시민의 농업 인식 제고와 민·관 협력을 통한 먹거리 네트워크 구축인데, 행사가 끝난 뒤 이러한 목표가 실제로 달성되었는지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2,817억 원 규모의 농산물 구매 약정이 체결됐다는 발표는 의문을 낳았다.

 

56억 원의 예산으로 약 50배의 금전적 성과를 올렸다고 하지만, 실제 이행률은 확인되지 않았다. 온라인 유통과 화상상담이 일상화된 시대에, 단기간의 오프라인 행사에서 대규모 계약이 발생했다는 설명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성과’란 숫자로 제시되는 계약 금액이 아니라, 그것이 지역 농업의 소득으로 이어졌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전남 국제농업박람회의 본래 취지는 단순한 전시나 판매가 아니다. 농업의 미래를 제시하고, 새로운 기술과 유통 구조를 공유하며, 농업인·기업·소비자가 함께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박람회는 여전히 과거의 ‘무역 전시회’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트랙터, 파종기, 비료 신기술 등 산업 전시 중심의 구조 그리고 거래의 장, 입장객 수에 의한 평가 등 시대적 전환 속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 세계의 농업박람회는 ‘보여주는 전시’에서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빅데이터, 로봇, 드론 등 디지털 농업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중심 주제로 다룬다.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가 연결되는 구독형(subscription) 시장 모델도 주요 흐름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신뢰하는 농가를 구독하고, 생산자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전남 박람회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맞춰 AI 데이터 기반의 체험형 콘텐츠와 구독형 관계시장 모델을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선도해 나가야 한다.

 

박람회는 5일간의 행사가 아니라, 농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실험장’이 되어야 한다. AI가 토양과 기후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작물을 제시하고, 블록체인으로 거래 이력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체험하게 한다면 관람객은 ‘미래의 농업’을 실제로 경험하게 된다. 또한 공공급식·복지시설·기업 구내식당 등 단체를 대상으로 한 농산물 구독 계약을 시연함으로써, 박람회가 지역 농산물 소비의 거점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국제교류의 실질적 확대도 필요하다. 단순히 외국인 방문객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해외 바이어와 연구기관, 글로벌 농기계·푸드테크 기업이 참여해 데이터와 기술, 정책을 공유하는 협력의 장이 되어야 한다. 전남이 아시아 농업혁신의 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Technology) + 환경(Environment) + 소비자(Consumption) + 국제협력(Cooperation)의 네 축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것에 의해 전남 농업성장 동력을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문객 수, 입장권 수입, 공연 이벤트 같은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는 한, 박람회는 본래의 의미를 잃는다. 이제는 박람회가 농업의 과거를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라, 전남이 농업의 성장과 미래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평가받아야 한다.

 

그 취지와 목적에 맞게 평가할 수 있게 하면 방문객 수, 입장권 수입이라는 외부 평가에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박람회가 전남 농업의 가치를 높여 개최 비용 대비 수배로 능가하는 성과를 거둔다면 관람객 수가 적고 입장객 수입이 적은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전남 국제농업박람회는 ‘행사를 위한 행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람회가 끝남과 동시에 철저한 성과 분석과 기획 혁신을 바탕으로, 다음의 박람회에서는 기술·환경·소비자·정책이 융합된 지속가능한 농업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전남 농업을 국제적으로 크게 성장신키는 기반이 될 때 그때 비로소 ‘국제’라는 이름이 진정한 의미를 얻고, 전남 농업은 세계 농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AI 시대, 2025 국제농업박람회의 방향.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7.10.).

허북구. 2021. 2021 국제농업박람회와 팔리는 상품.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1.10.26.).

허북구. 2021. 국제농업박람회, 전남농업박물관과 공조 효과 발휘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1.09.02.).

허북구. 2021. 2021국제농업박람회, 전남 농업에 보탬 돼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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