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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업, 첨단기술과 인문학이 함께 가야 산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11-14 08: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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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 농업은 지금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기후위기, 고령화, 노동력 부족, 농촌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가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 여기에 AI·로봇·드론·정밀농업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신이 빠른 속도로 농업계를 재편하면서 전남 농업 역시 ‘스마트농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을 요구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에 치뤄졌던 2025 국제농업박람회에서도 로봇수확기, 자율주행 운반차, 디지털 생육진단 시스템이 중심 무대로 등장하며 농업의 향후 방향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농업의 미래가 기술만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술은 농업의 한 축일 뿐, 농업의 본질 전부가 될 수 없다.

 

농업은 자연과 인간, 지역문화와 공동체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인문적 노동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빠르게 농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지만, 기술 중심의 사고에만 치우칠 경우 전남 농업의 고유한 매력과 정체성이 오히려 약화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전남 농업의 미래는 기술혁신과 인문학적 성찰의 ‘균형’이 아니라, 다음과 같이 양자의 ‘결합’에 달려 있다.

 

첫째, 기술 혁신은 분명 전남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 요소다. AI 기반 생육 진단, 정밀 관수·정비 시스템, 로봇 자동화는 농업 노동력을 대체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농촌 고령화 문제를 보완할 중요한 대안이 된다. 전남의 광활한 농지에서 이러한 기술은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전남 농업만이 가진 ‘문화적 정체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

 

둘째, 기술 중심 담론이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전남 농업의 이미지가 기계와 시설로만 대표되는 문제가 생긴다.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풍부한 농업문화의 뿌리를 가진 지역이다. 나주배를 둘러싼 일본인 이주와 지형·기후·노동의 결합, 담양의 대나무 문화와 죽공예의 손기술, 보성 녹차의 차정신, 텃밭에서 전승되고 있는 토종 작물, 모두 기술로 설명될 수 없는 인문적 자산이다. 이 자산이 바로 전남 농산물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셋째, 인문학적 성찰은 전남 농업의 ‘지속가능한 방향’을 제시한다. 기술이 생산성을 높이지만, 생태 보전·토양 회복·전통 지식·마을 공동체의 의미는 인문학의 언어로 읽어야 한다. 전남의 농경 의례, 계절 감각, 노동 윤리는 수백 년 동안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축적된 생활문화다. 이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기술혁신은 결국 농업의 뿌리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술이 ‘속도’를 만든다면, 인문학은 ‘방향’을 만든다.

 

넷째, 인문학은 전남 농업의 이미지마케팅과 스토리텔링 전략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한 품질보다 ‘어디에서, 어떤 이야기 속에서 자랐는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남도의 계절 음식문화, 전통 발효식문화, 섬진강과 영산강이 만든 농경 풍습, 토종종자의 보존 역사 등은 모두 전남 농산물의 감성적 가치를 높이는 자산이다. 기술이 전남 농업을 효율적으로 만든다면, 인문학은 전남 농업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기술은 농업의 ‘몸’을 만들고, 인문학은 농업의 ‘얼’을 세운다. 전남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단순히 스마트농업을 확대하는 기술 중심 전략이 아니라, 기술과 인문학을 융합한 전남형 농업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첨단기술로 생산성을 높이고, 인문적 스토리로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며, 생태·문화 기반의 정체성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세 요소가 균형을 이룰 때 전남 농업은 더 큰 힘을 갖게 된다.

 

기술 혁신이 농업의 미래를 열어젖힌다면, 인문학적 성찰은 그 미래에 전남 농업의 얼굴을 부여한다. 전남 농업의 미래는 이 두 축이 어떻게 만나고 조화를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변화의 시대일수록 농업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고, 전남만의 정체성을 세우는 인문학적 통찰이 필요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문학의 가치는 더 선명하게 빛난다. 전남 농업의 내일은 바로 이 ‘만남의 방식’이 결정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농업의 인문학, 소비의 질을 키운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7.11.).

허북구. 2025. 전남 농업의 미래, 인문학에 달려 있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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