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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벼 재배면적 감축, 가치농업 전환의 통로로 삼아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11-17 08: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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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벼 재배면적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남의 벼 재배면적은 14만2,443헥타르로, 전년 대비 5,295헥타르가 줄었다. 감소율 –3.6%는 전국 평균인 –2.9%보다 높고, 감소 면적 또한 전국에서 가장 크다. 이 수치는 단순히 농민들의 선택에 의해 자연적으로 감소한 결과가 아니다.

 

전라남도가 구체적 목표를 설정해 의도적으로 벼 재배면적을 조정한 정책적 감축의 결과이다. 과잉 생산으로 인한 쌀값 변동, 재고 부담, 농업 재정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정부·지자체의 구조조정 정책이 맞물리면서 전남이 전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감축을 추진한 셈이다. 이는 ‘전남 농업 구조를 새롭게 짜야 한다’라는 정책적 판단을 공식화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전남은 전국 최대 벼 재배지역이라는 상징성과 자부심을 지녀왔다. 생산 기반정비가 잘 이루어져 있고 기후와 토양 조건이 좋아 다수확에 유리했다. 그러나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농가 고령화와 농업 인력 부족은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쌀 재고 문제, 가격 불안정, 정부 재정 부담 등이 더해지면서 ‘생산 중심 농정’의 모순이 표면화되었다.

 

전남도가 벼 재배면적 감축을 정책적으로 주도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인정하고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올해의 감축 규모는 위기의 결과가 아니라 미래 전략을 세우기 위한 정책적 선택에 가깝다. 정책적 감축의 의미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전남 농업의 향후 방향을 제시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농가 소득을 올리기 어렵다. 다수확 시대는 이미 역사적으로 끝나가고 있으며, 이제는 고수익 중심·가치 중심 농정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농업은 불가능하다. 전남도가 의도적으로 벼 재배를 감축한 것은 ‘농업의 무게 중심을 바꾸라’라는 신호이며, 농가가 작목 전환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유도하는 계기가 된다.

 

전남은 작목 전환과 고수익 농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 딸기·샤인머스켓·유자·참다래·블루베리 등 고소득 작목의 재배 조건이 뛰어나고, 아열대성 기후로의 변화는 새로운 작물의 가능성을 더욱 넓히고 있다. 전남 곳곳에 이미 품목 경쟁력이 존재하지만, 지금까지는 벼 중심 구조가 이를 가려 왔다.

 

정책적 감축은 이 잠재력을 드러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벼를 줄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든 면적을 고부가가치 작목으로 채우고, 지역별 적합성을 기반으로 전략 작목을 재편하는 작업이 병행될 때 그 의미가 완성된다.

 

스마트농업의 적극 도입과 기계화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남의 농업 노동력은 빠르게 줄고 있고, 고령화는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재배면적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을 통한 효율성과 품질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스마트팜, 정밀농업, 자동화 시스템은 수익성을 높이고 품질을 균일하게 만들며 노동 부담을 크게 줄인다.

 

정책적 감축이 이런 기술 전환과 결합될 때 전남은 ‘면적 대비 소득 최적화 모델’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 가공·유통·관광을 결합한 6차 산업 전략 또한 필수적이다. 이제는 쌀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가공식품, 치유농업, 농촌관광, 전통공예 등과 연계된 복합 산업을 육성해야 지역 경제 전체의 내구성이 강해진다. 특히 전남은 식문화·전통·자연환경·섬 관광 등 연계 자원이 풍부해 6차 산업화에 매우 유리하다.

 

따라서 전남의 벼 재배면적 감축은 하향 곡선이 아니라 새로운 농업 구조로 이동하기 위한 정책적 경로 설정이다. 벼 중심 농업에서 고수익 농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 정책이며, 이 전환이 성공하려면 지역별 전략 작목 육성, 스마트농업 확산, 경영 기반 구축, 농가 교육, 농산물 브랜드 전략 등 후속 정책이 체계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전라남도의 벼 재배면적 감축은‘전환’이고, 그 실적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전국에서 가장 먼저 미래형 농업 구조를 완성하는 선도 지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 가능성을 현실화시키길 바란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도 쌀 소비 촉진 지원 조례와 쌀 소비문화.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9.30.).

허북구. 2025. 세계 농업의 3가지 유형과 전남 농업의 방향성.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9.16.).

허북구. 2025. 전남 브랜드쌀, 지역 밥상과 연계되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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