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전남 농업은 그 규모와 잠재력에 비해 체계적인 분석 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특히 지역 농업의 구조적 변화, 세계 시장의 흐름, 생산·유통·소비 체계의 급격한 전환 속에서 전문적 분석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세계 농업 트렌드를 지역 현실과 연결하는 글, 다시 말해 ‘농업을 아는 사람’이 농업을 이야기하는 전문 칼럼은 여전히 많지 않다.
필자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0년 5월 12일부터 본 매체(전남인터넷신문)에 농업 칼럼을 연재해 왔으며, 어느덧 1,400회에 이르렀다. 해외 주요 농업기관의 브리핑 자료, 선진 농업국의 기술 동향, 최신 학술 연구, 국내외 품종·재배·스마트팜 관련 데이터 등을 꾸준히 조사하고 이를 전남 농업의 여건에 맞게 해석해 온 결과다. 그만큼 1,400회 칼럼에는 전남 농업의 현재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고민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글쓰기는 단순 정보 소개가 목표가 아니다. ‘전남 농업이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분석과 제언을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다룬 핵심 주제 중 하나가 탄소중립과 바이오차였으며, 이는 단행본으로 엮여 발간되었고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는 영광도 있었다.
전남은 대한민국 최대의 농업도이자, 기후 위기 시대에 가장 많은 변화를 겪는 지역이다. 논 면적 조정, 고소득 작목 전환, 기후 대응 품종 개발, 농업인력 고령화, 수출농업의 돌파구 마련, 친환경 농업의 지속가능성, AI 기반 스마트농업 확대 등 어떤 이슈도 가볍지 않다. 이러한 과제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현장에서 농민이 체감하는 고민과 정책 논의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필자는 가능한 한 농업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칼럼에 담고자 했다. 어떤 내용은 전남 실정과 완전히 맞지 않더라도 새로운 아이디어 제공 차원에서 소개했다. 반대로 전남 농업에서도 도입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만 실제 현장에 안착되지 못해 아쉬운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관심을 갖고 배우며 개인적으로 적용해 나가는 농민들을 만날 때면 필자로서 큰 보람을 느끼곤 했다.
1400회의 칼럼 연재는 필자 개인에게도 많은 의미를 준다. 매번 새로운 자료를 탐색하고, 세계 농업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며, 이를 지역에 맞게 해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축적되면서 하나의 장기 기록이 되었고, 전남 농업의 미래를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는 공론장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통해 필자 역시 농업의 다층적 구조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으며, 농업을 둘러싼 국내외 변화의 흐름을 이전보다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전남 농업은 더욱 거센 변화의 물결을 맞게 될 것이다. 기후 위기 대응 농업, 탄소중립 실현과 농업의 연계,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감소에 다른 대응, 재해보험과 안정적 생산기반 구축, 지역 전략 작목 특화, 수출형 스마트팜 단지 조성, 디지털 영농 인력 양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많다. 과거 방식만으로는 미래 농업의 해답을 찾기 어려운 시대다. 세계적 흐름을 읽고 이를 지역 조건과 연결시키는 전문적 분석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도 농업 전공자의 시각으로 전남 농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글을 꾸준히 집필하고자 한다. 농업의 가치는 단순한 경제적 수익을 넘어 지역의 문화·환경·삶의 방식과 긴밀히 엮여있는 공동의 자산이다. 전남 농업이 변화의 시대 속에서도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미래로 나아가길 바라며, 농업인의 삶이 보다 안정되고 자부심을 갖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고 분석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겠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 농업, 첨단기술과 인문학이 함께 가야 산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11-14).
허북구. 2024. 농업의 재미 소실과 농촌 위기.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4-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