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의료와 재활, 교육과 행정 전반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작업치료(Occupational Therapy)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해외 작업치료 현장에서는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평가·중재·기록·원격 서비스 전반을 재구성하는 기술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치유농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해외 작업치료에서 AI 활용이 가장 먼저 확산된 영역은 기능 평가와 분석이다. 웨어러블 센서, 동작 인식 카메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상지 움직임, 손 기능, 자세 안정성, 반복 동작의 질을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기존에는 치료사의 관찰과 경험에 의존하던 평가가, 데이터 기반으로 보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치료의 표준화와 개인 맞춤화를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치료 중재 영역에서도 AI는 점차 역할을 넓히고 있다. 재활 로봇이나 디지털 피드백 시스템은 반복 훈련의 질을 유지하고, 피로도나 수행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특히 원격 작업치료(Tele-OT)에서는 컴퓨터 비전 기반 자세 분석과 AI 피드백이 치료사의 공간적 제약을 넘어서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자연어처리 기술은 치료 기록과 평가 보고서 작성을 보조해, 치료사가 ‘문서 노동’에서 벗어나 환자와의 상호작용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American Occupational Therapy Association(AOTA) 역시 AI는 치료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전문성을 확장하는 도구라는 점을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작업치료의 변화는 치유농업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치유농업은 자연환경과 농작업을 매개로 신체·정서·사회적 회복을 돕는 실천 영역이지만, 여전히 “효과를 어떻게 설명하고 증명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점에서 작업치료 분야의 AI 활용 경험은 치유농업이 참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모델이 된다.
우선 치유농업 활동의 평가 체계에 AI를 적용할 수 있다. 텃밭 가꾸기, 수확, 가공, 반복 농작업 과정에서 참여자의 움직임, 활동 지속 시간, 안정성, 피로도를 센서 기반으로 기록하면, 치유 효과를 감각적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누적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치유농업을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근거 기반 서비스’로 전환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또한 AI는 치유농업의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 계획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작업치료에서 개인의 기능 수준에 따라 과제를 조정하듯, 치유농업에서도 연령, 신체 기능, 정서 상태, 과거 농업 경험에 따라 프로그램 강도와 활동 유형을 달리 설계할 수 있다. AI는 이러한 조정 과정을 자동화하고, 치료자·운영자의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치유농업에서의 AI 적용이 결코 ‘기계화’나 ‘비인간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반복적 기록, 측정, 분석을 AI가 담당함으로써, 치유농업 전문가와 참여자는 자연과의 관계, 사람 간의 상호작용, 느림과 몰입이라는 치유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는 작업치료에서 AI가 치료사를 대체하지 않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식과 정확히 닮아있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비용 부담, 데이터 윤리, 현장 인력의 기술 이해 부족은 치유농업에서도 동일한 과제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해외 작업치료 사례가 보여주듯, AI는 전면 도입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작업치료에서 AI는 이미 “치료의 철학을 바꾸지 않으면서 방법을 진화시키는 도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치유농업 역시 자연과 사람 중심이라는 본질을 지키되, AI를 통해 설명력과 지속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다. 치유농업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체험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와 더 정확한 설계에 있다. 그리고 그 연결 지점에, 작업치료에서 축적된 AI 활용 경험이 놓여 있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6. 유럽의 치유농업에서 측정기기의 활용 철학. 전남인터넷신문 농업 칼럼(2026-1-5).
김현주. 2025. 치유농업, AI는 어디까지 필요한가?.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2-29).
김현주. 2025. 스마트 농업과 스마트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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