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지난 12일 전남도청에서는 ‘2025년도 친환경농업대상’ 수상식이 열렸다. 이 제도는 도내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한 해 동안 친환경·저탄소 농업 기반 확충, 친환경농산물 안전성 관리 강화, 인증 품목 다양화, 시책사업 추진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시군과 단체, 개인을 선정해 시상하는 제도다. 전라남도가 친환경농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그 성과를 공적으로 평가하고 격려하는 상징적인 행정 장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의 결과로 전남은 오래전부터 친환경 농업의 중심지로 불려 왔다. 논과 밭의 규모, 작물의 다양성, 친환경 인증 면적만 놓고 보면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 성과가 과연 소비자의 식탁에서 체감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생산 현장에서는 ‘친환경’이 분명하지만, 정작 식탁에서는 그 가치가 충분히 읽히지 않는 간극이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까지 전남 친환경 농업 정책의 초점은 주로 생산에 맞춰져 있었다. 인증 확대, 재배 기술 고도화, 농가 지원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농업을 논과 밭에서 끝나는 산업으로 인식하는 한, 친환경 농업은 구조적으로 비용 부담이 큰 분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제 전남이 고민해야 할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친환경 농업을 ‘식탁까지 이어지는 산업 구조’로 재설계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유럽과 일본의 사례는 중요한 참고가 된다. 일본은 농업을 ‘생산’에 국한하지 않고, 식품 가치사슬 전체로 확장해 관리하려는 정책을 꾸준히 이어왔다.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개념 아래, 학교 급식과 병원 식단, 외식 산업까지 농업 정책의 범위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져 왔다.
특히 학교 급식에서는 지역 농산물과 생산자 정보를 함께 제공하며, 아이들이 음식을 통해 지역 농업과 식문화를 이해하도록 설계한 사례들이 축적돼 있다. 이 과정에서 농민은 단순한 납품자가 아니라, 지역 식생활을 함께 책임지는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럽의 일부 국가들 역시 공공 조달을 중심으로 비슷한 방향의 정책을 제도화해 왔다. 덴마크는 학교·병원·공공기관 급식에서 유기농 식재료 사용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 왔고, 프랑스 또한 공공 급식에서 지역·친환경 식재료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왔다. 이들 국가에서 ‘식탁’은 소비의 끝이 아니라, 농업 정책과 건강·환경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는 가장 현실적인 정책 현장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일본과 유럽의 정책 사례가 시사하듯, 친환경 농업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식탁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다. 전남에는 이미 학교 급식과 공공 급식이라는 중요한 기반이 존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공급 확대’ 중심의 논의가 강하고, 식단 설계와 소비 경험까지 포괄하는 접근은 충분하지 않다. 친환경 농산물이 얼마나 들어가는가보다, 그 농산물이 어떤 음식으로, 어떤 맥락에서 소비되는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더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의 성장기 식단, 노인의 건강 관리 식단, 병원과 요양시설의 회복 식단은 전남 친환경 농업이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식탁이다. 이 식탁을 정책의 중심에 놓는다면, 친환경 농업은 보조금에 의존하는 분야가 아니라 건강·복지·치유 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
전남이 강점을 지닌 웰니스 관광 역시 ‘식탁까지’ 전략과 결합할 여지가 크다. 농촌 체험과 치유 관광에서 제공되는 한 끼 식사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전남 친환경 농업의 철학을 담은 식탁이 될 때 농업의 가치는 경험과 기억으로 확장된다. 이는 관광 소비를 넘어 재방문과 지역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친환경 농업을 식탁까지 연결하는 정책은 농가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아이들의 건강, 노인의 삶의 질, 지역 경제를 동시에 떠받치는 사회적 인프라다. 생산·가공·유통·조리·소비가 하나의 흐름으로 엮일 때, 친환경 농업은 더이상 ‘지원 대상’이 아니라 지역의 경쟁력이 된다.
전남 친환경 농업이 이제 던져야 할 질문 그리고 실천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얼마나 더 생산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 농산물이 어떤 식탁에, 어떤 가치로 오를 것인가.”이다. 논과 밭에서 시작해 식탁에서 완성되는 구조를 설계할 때, 전남 친환경 농업은 비로소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도 친환경농업과 대만의 친환경 농산물 통합 모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11.21.).
허북구. 2025. 전남도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 한국형 CSA의 마중물이 되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6.11.).
허북구. 2025. 대만에서 배우는 전남 친환경농산물 소비 확대 전략.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