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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서사, 참뻘에서 태어난 꼬막의 옹이진 쫄깃함 - 곽경자 이학박사(곽경자 식초담다 대표, 전남도립대학 식품생명과학과 겸…
  • 기사등록 2026-01-27 09: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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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겨울의 찬 바람과 뻘의 생명력이 빚어낸 꼬막은 전라도 사람들의 몸을 살리고 서사를 길러낸 치유의 계절 음식이다. 전라도가 품은 보성 벌교의 겨울은 늘 갯벌에서 시작된다. 꼬막은 단순한 해산물이 아니라, 혹독한 계절을 통과하며 몸을 단련시키는 생태적 존재였다.

 

갯벌 깊숙이 몸을 묻고 겨울내내 혹독한 추위와 짠맛, 차가운 파도를 견디며 자라는 꼬막은 스스로를 단단히 하여 에너지를 담아낸다. 이 생리적 전략은 인간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겨울철 허약해진 몸에 꼬막이 주는 쫄깃한 식감은 단백질과 미네랄의 보충을 넘어, 계절을 이겨낸 생태적 생리가 체화하게 된다.

 

보성과 벌교를 둘러싼 여자만 일대의 뻘밭은 ‘꼬막’ 밭이자 뻘배가 대 장관이었다. 이 곳의 참뻘에서 캐낸 꼬막은 전국으로 팔려 나갔고, 그 풍경은 소설 태백산맥의 서사적 토양이 됐다. 여자만(汝自灣) 일대 아낙들은 작은 나무 널빤지인 뻘배에 몸을 싣고 겨울 갯벌로 나가 자식들의 생계와 대도시 유학비를 책임졌다. 차가운 뻘과 바람 속에서 밀어 올린 뻘배는 자연의 장관이자, 생존의 기록이었다.

 

이 참뻘이 사라지며 참꼬막도 점차 자취를 감췄다. 지금 여자만에서 보이는 것은 주로 양식꼬막인 새꼬막이다. 보성 여자만(汝自灣)에서 생산되는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피조개) 등 3종류이다. 이 중 벌교 사람들이 일상에서 꼬막으로 부르는 것은 참꼬막이다. 참꼬막은 진짜 꼬막이라는 의미에서 ‘참’자가 붙었으며, 표준어는 ‘꼬막’이다. 썰물 때 수심 1~2m의 얕은 펄에서 산다. 수분이 많고 살이 쫄깃하며, 성장하는 데 약 4년이 걸린다. 주로 사람이 직접 갯벌에서 채취해 가격이 높은 편이다.

 

남도 사람들은 자연산을 ‘참꼬막’이라 부르며 맛이 아닌 정신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참꼬막은 식재료 이전에 기억과 서사의 집합체다. 골목마다 버려진 꼬막 껍데기가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고, 껍질 반 흙 반의 골목은 갯벌의 연장이었다. 그 공간에서 자란 전라도 사람들의 몸과 정신은 자연스레 시대의 옹이가 됐다.

 

겨울철이면 벌교를 품은 전라도의 시장에서는 갓 채취한 꼬막들이 즐비했다. 그 꼬막의 옹이진 맛을 소설가 조정래는 ‘쫄깃한’ 맛이라고 했다. 참된 뻘에서 자란 참꼬막을 먹으면서 전라도 사람들은 성장했다. 골목마다 꼬막을 먹고 버린 껍데기들이 쌓이고 그 속에서 꼬막껍질은 아이들의 정서를 키워내는 장난감이 되고, 꼬막껍질 반 흙 반으로 만들어진 골목길 풍경은 갯벌의 연장이었다. 그 공간에서 자란 사람들의 몸과 감각은 자연스레 시대의 옹이가 됐다.

 

뻘밭의 옹이진 꼬막을 먹고 자란 사람들이 온몸으로 광주민주화항쟁을 일궈내고 시대의 옹이가 되었다. 그 땅의 조정래는 소설 ‘태백산맥’을 탄생시켰다. 보성군과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보성만과 고흥군 녹동을 마주한 장흥군 회진면 바닷가 갯뻘을 터전 삼아 살아온 신덕마을에 뿌리를 둔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로 세계로 나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생태적 인내가 인간의 서사로 번역된 결과로 세계속에서 우뚝 선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꼬막의 조리법 또한 치유의 지혜다. ‘태백산맥’ 속 소화의 집 아침상에 오르지 못한 꼬막을 아쉬워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듯, 꼬막은 옹이를 풀어내는 음식이다. 단단히 결속된 세포 조직의 쫄깃함은 고추장에 전통 부뚜막식초를 더한 새콤달콤한 양념을 통해 흡수된다. 산과 발효의 조합은 단백질 분해와 미네랄 이용률을 높여 겨울 몸의 회복을 돕는다.

 

꼬막을 식초와 함께 먹는 전라도의 방식은 과학 이전에 생태가 먼저 만든 처방이다. 필자가 연구·개발한 전통 발효 공정은 이러한 지역 생태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복원하는 성과이며, 겨울 식탁에서 꼬막이 지닌 치유력을 확장하는 실천이다. 참꼬막은 사라져가지만, 그 계절의 기억과 몸의 감각은 아직 살아 있다. 꼬막의 계절은 여전히 전라도 사람들의 안쪽에서 겨울을 견디게 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아울러 오늘의 꼬막은 단순한 향토음식을 넘어, 기후 변화와 해양 환경의 위기를 비추는 지표가 되고 있다. 참뻘이 줄어들수록 꼬막의 맛과 밀도도 함께 달라진다. 이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생태적 시간의 경고이기도 하다. 이제 꼬막을 지킨다는 것은 하나의 종을 보호하는 일이 아니라, 남도의 삶과 기억, 그리고 세대를 잇는 치유의 언어를 함께 보존하는 일이다.

 

참고 문헌

곽경자. 2026. 생태가 몸이 되는 순간, 겨울철 논고동의 재발견.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1-19).

곽경자. 2026. 몸이 기억하는 소울푸드, 콩나물김치국과 콩나물김치죽.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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