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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장의 역설, 치유를 꿈꾸다 범법자가 되는 현실 - 한국명인명장연구소 대표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1-31 08: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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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농촌 소멸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최근 치유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농가에 각종 시범사업과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농부들은 기후 위기와 농산물 가격 불안정 속에서 ‘소득 다변화’라는 희망을 품고 치유농장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장밋빛 전망 뒤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숨어 있다. 최근 경영 자문요청을 받고 방문한 한 치유농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불법 건축물이었다. 농장주는 해당 시설이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확인 결과 농지법과 건축법상 인허가가 필요한 시설임에도 관련 절차 없이 설치된 상태였다.

 

치유농장 현장을 다니다 보면 이처럼 농지법·건축법상 인허가 문제가 제기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대부분의 농장주들은 고의로 법을 위반할 의도가 없었다. 오히려 정부가 권장하는 대로, 지자체 농업기술센터가 지도한 대로 교육장을 만들고 체험객을 위한 화장실과 휴게 공간을 설치했을 뿐이다.

 

하지만 어느 날 날아든 것은 ‘불법 건축물 시정명령’과 수백만 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 고지서였다. 방문객의 마음을 치유하겠다고 나선 농장주가 정작 본인은 행정 처분과 법적 분쟁의 스트레스로 병을 얻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비극의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지원 부서와 인허가 부서 간의 행정적 엇박자에 있다. 농업기술센터 등 농업 진흥 부서는 농가 소득 증대와 6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치유 시설 설치를 적극 권장하고 보조금까지 지급한다. “체험객이 오면 앉아서 쉴 곳도 있어야 하고, 교육도 해야 하니 시설을 갖추라”라는 식이다.

 

농부는 이를 사실상 ‘정부의 승인’으로 오인한다. 보조금을 받았으니 합법일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인허가 권한을 가진 도시계획과, 건축과, 농지 부서의 판단은 전혀 다르다. 농지는 원칙적으로 경작 목적 외 사용이 제한된다. 비닐하우스 내부에 콘크리트를 타설하거나, 고정식 테이블을 설치해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는 행위, 샌드위치 패널로 휴게 시설을 만드는 행위는 법적으로 ‘농지 불법 전용’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은 치유농업을 지원하기 위한 진흥법이지, 「농지법」이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건축법」의 상위법이 아니다. 다시 말해 치유 콘텐츠 자체는 합법이지만, 그 콘텐츠를 담는 공간은 불법이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많은 농장주들이 ‘농업용 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의 법적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생산·보관 시설은 가능하지만, 사람이 상시 머물며 교육·체험·식사를 하는 공간은 용도 변경이나 별도의 인허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농업진흥구역(절대농지)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더욱 엄격히 제한된다. 결국 소득 다변화를 위해 큰돈을 들여 지은 시설이 하루아침에 철거 대상이 되고, 농가는 경제적 위기에 내몰린다. 그렇다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첫째, 사전 통합 컨설팅 시스템의 의무화가 시급하다. 농업 부서가 치유농장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반드시 인허가 관련 부서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대상 농지의 용도지역, 계획 시설의 건축 가능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지 않은 채 보조금을 집행하는 것은 농민을 행정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다.

 

둘째, 제도적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 현행 농지법은 전통적인 생산 중심 농업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농업의 기능이 생산을 넘어 서비스와 치유로 확장된 현실을 반영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치유농장에 한해서는 소규모 교육·휴게 시설을 허용하는 특례 조항이나 시행령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농가의 법적 리터러시 교육 강화가 필수적이다. 치유농업 교육 과정에 농지법·건축 인허가 실무를 필수 과목으로 편성해,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 범위, 용도 변경 절차, 불법 전용 기준 등을 농장주가 스스로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시설에 대한 양성화 대책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고의성이 없고 정부 정책에 따라 설치된 시설에 대해서는 한시적 양성화 기회를 부여하거나, 합법적 용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행정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포용적 접근이 필요하다.

 

치유농장이 성장하려면 농민이 먼저 마음 편히 농장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곳을 찾는 국민도 진정한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부서 간 칸막이를 걷어내고, 현실과 법규의 괴리를 좁히는 적극적인 행정 개편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선량한 농부를 범법자로 만드는 구조는 이제 반드시 멈춰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치유농장 성공을 위한 마케팅 프레임 워크 60.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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