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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장주, 천직이라고 생각하는가 - 한국명인명장연구소 대표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2-11 09: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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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장을 방문하거나 치유농업 관련 행사에 참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치유농장 경영주들을 만나게 된다. 농업 현장에서 전환한 분도 있고, 도시에서 다른 일을 하다 귀농·귀촌과 함께 치유농업을 선택한 분도 있다. 경력과 출발점은 다르지만,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비슷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이분들은 왜 치유농장을 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지만, 곧 치유농업의 지속성과 직결된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로 경영주들에게 직접 이유를 묻다 보면 답은 다양하다. 가족의 건강 문제,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 자연 속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에 대한 기대, 혹은 치유농업 정책과 제도의 확장 가능성 등 각자의 사연이 있다. 그러나 그 이유들을 곱씹어 보면, 상당수는 강한 확신보다는 여러 선택지 가운데 비교적 현실적인 판단 끝에 내려진 선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치유농장을 선택해 경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그 일이 자신의 조건과 삶의 방향에 가장 잘 맞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다른 업종보다는 지금의 치유농장이 더 현실적이고 감당 가능한 선택이었기에 이 길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출발은 창업자와 전환 농업인에게서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문제는 선택의 이유보다, 선택 이후의 태도다. 이를 결혼에 비유해 보면 이해가 쉽다. 완벽한 이상형을 만나 결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러 만남 끝에 ‘지금까지 중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판단으로 결혼을 결정한다. 결혼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상형만을 찾고 현재의 관계에 온전히 헌신하지 않는다면, 그 결혼 생활이 안정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치유농장 경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치유농장을 시작한 이후에도 마음 한편에 늘 ‘다른 업종’이나 ‘더 나은 기회’를 열어 둔 채 현재의 농장을 임시적 시도로만 대한다면 농장은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 프로그램은 일관성을 잃고, 방문객과의 관계는 얕아지며, 지역과의 신뢰도 쌓이기 힘들다. 반대로, 선택한 이상 이 일을 자신의 삶 속에서 ‘천직에 가깝게 만들어 가겠다’라는 태도를 가질 때, 농장은 비로소 안정된 방향을 갖기 시작한다.

 

여기서 말하는 천직은 이 일을 미화하자는 개념이 아니다. 치유농업을 하면 무조건 보람을 느껴야 하거나, 경제적 어려움도 감수해야 한다는 식의 낭만적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 교육 현장에서 말하는 천직은 쉽게 포기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 의식에 가깝다. 내가 선택한 이 일에 대해 일정 수준의 애정과 이해를 갖고,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하려는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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