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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약지강, 도교와 노자로 읽는 치유농업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 기사등록 2026-02-12 1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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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지난 2월 10일 전주기전대학에서는 「2026년 치유농업과 AI 농생명바이오 융합 행사」가 열렸다.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와 (사)한국농어촌치유관광학회, 전북치유농업협회가 공동 주최·주관하고, 전주기전대학 RISE사업단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치유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학문·산업·현장 차원에서 함께 조망하는 자리였다.

 

이날 진행된 국제학술발표대회에서는 치유농업을 바라보는 일본과 중국의 시선이 소개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중국 산동성 루동대학교 상학원의 잔잉(Zhan Ying) 교수 발표는 인상적인 문제의식을 던졌다. 잔잉 교수는 치유농업을 도교 사상과 연결해 설명하며, 치유를 ‘기능’이나 ‘기술’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공식 발표 이후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그의 한마디였다. “동양에는 고대부터 훌륭한 이론과 사상가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여러 학문 분야에서 서양 이론 중심의 연구 경향이 강하다. 치유관광 역시 그런 흐름 속에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이었다. 치유농업을 둘러싼 담론을 떠올려 보면, 이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사실 치유농업은 인간의 몸과 마음,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를 다루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의미를 설명할 때 스트레스 이론, 회복탄력성, 긍정심리학, 행동 변화 모델 등 서양의 심리학과 의학 이론에 주로 의존해 왔다. 물론 이러한 이론들은 현장을 이해하고 제도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된다. 그러나 치유농업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 즉 ‘어떻게 살아야 몸과 마음이 덜 소진되는가’라는 물음은 서양 학문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동양 사상 속에서 반복되어 온 질문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다시 읽어볼 만한 사상가가 바로 노자(老子)다. 노자는 기원전 6세기 무렵 춘추시대를 살았던 사상가로, 본명은 이담(李聃) 혹은 이이(李耳)로 전해진다. 그는 주나라 왕실에서 기록과 문서를 관리하는 수장실 사관을 지내며, 국가의 예법과 제도가 점차 형식화되고 권력화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목도했다. 인간이 만든 질서가 오히려 자연의 흐름을 해치고 있다고 느낀 그는 주 왕실의 쇠퇴를 계기로 서쪽으로 떠났고, 그 과정에서 남긴 약 오천 자 분량의 글이 도가(道家)의 대표적인 경전인 《도덕경(道德經)》이다.

 

이 《도덕경》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약지강(柔弱之强)이다. 노자는 “부드럽고 약한 것이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柔弱勝剛强)”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부드러움은 무력함이나 소극성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억지로 힘을 쓰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형태를 바꾸는 유연함을 의미한다. 물이 바위를 깎아내는 힘은 단단함이 아니라 끈질긴 유연함에서 나온다.

 

이러한 노자의 사상은 이후 장자(莊子)를 거쳐 도가(道家)로 정리되었고, 한나라 이후에는 양생(養生), 자연순응, 무위의 삶의 태도를 중심으로 도교(道敎)라는 사상적·생활적 체계로 확장되었다. 도교는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보다, 병들지 않게 살아가는 조건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인간을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위치시키고, 삶의 속도와 욕망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을 치유의 핵심으로 보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치유농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 역시 무엇인가를 더 많이 하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덜 소진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가깝다. 사람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보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곧 노자가 말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불필요한 개입과 과잉 설계를 줄이고, 이미 존재하는 회복의 흐름이 스스로 작용하도록 돕는 자세다.

 

오늘날 치유농업 현장을 돌아보면, 때로는 ‘치유 효과’를 입증하려는 욕심이 앞서 프로그램이 과도하게 설계되거나, 참여자에게 일정한 감정 반응과 변화를 기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노자의 시선에서 보면, 이런 접근은 오히려 치유를 방해할 수 있다. 억지로 웃게 하고, 억지로 느끼게 하고, 억지로 변화시키려는 순간, 치유는 다시 하나의 과업이 된다. 유약지강의 원리는 이점에서 이 농장은 충분히 느슨한가, 이 활동은 사람을 덜 긴장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치유농업을 자연·심리·사회적 회복의 장으로 본다면, 그 핵심은 강한 개입이 아니라 부드러운 지속성에 있다. 매번 새로운 자극을 제공하지 않아도, 반복 가능한 일상적 농작업, 계절에 따른 변화, 말없이 곁에 있는 자연의 리듬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서서히 되돌린다. 이는 빠른 성과를 내기 어렵고, 수치로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바로 이 느리고 눈에 띄지 않는 힘이 장기적인 회복을 만든다.

 

따라서 도교와 노자의 사상은 치유농업에 하나의 해석 틀을 제공한다. 치유를 기술로 관리하려는 시도에서 한 발 물러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조정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한다. 더 강해지기 위해 애쓰기보다, 덜 버티고 덜 소모하는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 그것이 유약지강이 말하는 진정한 강함이며, 오늘날 치유농업이 다시 읽어야 할 오래된 지혜다. 치유농업의 미래를 묻는 자리에서, 우리는 어쩌면 가장 새로운 해답을 가장 오래된 사상 속에서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치유농업과 AI 농생명 바이오, 현장에서 미래를 묻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2.7.).

최연우. 2026. 흙을 통해 만나는 무의식의 치유, 칼 융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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