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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에서 음식치유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김현주 교수
  • 기사등록 2026-02-23 08: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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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은 이제 낯선 개념이 아니다. 시민들의 신체적·정서적 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산업적 필요가 맞물리면서 사회적 공감대도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농촌 고령화, 도시민의 스트레스 증가, 기후위기 속에서의 삶의 방식 전환 등 시대적 변화는 치유농업의 필요성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국 곳곳에 치유농장이 늘어나고 있다. 제도적 지원과 정책 사업, 관련 법 제정, 지자체의 관심 확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그러나 외형적 확산과 달리, 모든 치유농장이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농장은 체험 프로그램에 의존하거나 단발성 지원 사업에 기대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참여자의 만족도는 높지만, 수익 모델이 구조화되지 못해 경영의 불안정성이 반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명분과 보람은 분명하지만, 지속가능성이라는 과제 앞에서는 여전히 고민이 깊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 ‘음식치유’이다. 치유농업은 재배와 수확, 자연 체험에 머무를 때보다, 생산–조리–섭취–나눔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포괄할 때 그 효과와 경제성이 동시에 확장된다. 음식은 농업의 최종 산물이자, 인간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매개이기 때문이다.

 

첫째, 음식치유는 치유 효과를 생활 속으로 연장한다. 밭에서 수확한 작물이 식탁 위에서 한 끼의 식사로 완성될 때, 참여자는 단순한 체험자가 아니라 삶의 주체로 전환된다. 자신이 기른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누는 과정은 자율성과 성취감을 높인다. 이는 자기결정감과 관계 회복을 동시에 자극하는 구조다. 치유가 공간 안에서 끝나지 않고, 가정과 일상으로 확장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음식치유는 수익 모델 다각화의 핵심 자원이 된다. 치유 프로그램에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식사, 발효 체험, 계절별 건강식 워크숍을 결합하면 체험 단가를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가공품 개발, 정기 식재료 꾸러미, 치유식 레시피 콘텐츠, 기업 연계 웰니스 식단 프로그램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 농산물 판매와 체험 수입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통합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 방문객 수에 의존하는 구조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셋째, 음식은 지역성과 차별성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자산이다. 모든 농장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의 토양, 기후, 전통 식문화는 쉽게 모방할 수 없다. 제철 나물, 전통 장류, 지역 특산물은 그 자체로 스토리와 정체성을 지닌다. 음식치유는 농장을 ‘어디에나 있는 체험 공간’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치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넷째, 음식은 관계를 매개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다. 함께 식탁에 앉는 경험은 공동체적 유대를 회복시킨다. 말이 많지 않아도, 국 한 그릇을 나누는 시간 속에서 감정은 완화되고 긴장은 낮아진다. 이는 치유농업이 지향하는 사회적 회복과도 맞닿아 있다.

  

치유농업의 확산은 시대적 요구의 결과이다. 그러나 확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속가능한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치유의 가치 또한 오래 이어지기 어렵다. 음식치유는 단순한 부가 프로그램이 아니라, 치유농업의 완성도를 높이고 경제적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적 축이 될 수 있다.

 

이제 치유농업은 ‘체험의 농업’을 넘어 ‘식탁까지 이어지는 농업’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밭에서 시작된 치유가 밥상에서 마무리될 때, 농업은 건강을 돌보고, 건강은 다시 농업을 지탱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음식치유의 활성화는 선택이 아니라, 치유농업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6. 치유농업 음식치유의 새로운 조건과 전기숟가락.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2-14)

김현주. 2026. 해외에서 배우는 치유농업의 지속 모델.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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