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2025년 일본에서 ‘2계(二季)’가 신어·유행어 대상 톱10에 올랐다. 사계절이 무너지고, 덥고 긴 여름과 겨울만 남는 ‘이계화’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온난화로 사계절의 이동이 흐트러지고, 달력 위의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배경에 있다.
일본에서는 40℃를 넘는 기온이 낯설지 않고,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1000명을 넘으며 2024년에는 2000명을 초과했다는 통계는 충격을 준다. 이대로라면 열사병이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가 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경고다.
이 현상의 중심에는 바다가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수온이 상승하고 있지만, 일본 주변 해역의 상승률은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서태평양을 따라 흐르는 강한 난류인 쿠로시오 해류다. 이 해류의 원유역은 인도네시아 북쪽 앞바다의 서부 열대 태평양, 세계에서 가장 고온의 바다 중 하나다. 적도 부근에서 형성된 뜨겁고 빠른 해류가 북상해 일본 열도에 부딪친다.
열용량이 큰 해수는 한 번 따뜻해지면 쉽게 식지 않는다. 마치 목욕탕 물처럼 고온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여름에 높아진 해수 온도는 9월, 10월이 되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고, 축축한 수증기를 머금은 공기가 육지로 유입되면서 더위를 더한다. 수증기는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적외선을 흡수하는 온실가스다.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다. 이렇게 길어진 여름, 짧아진 봄·가을이 바로 ‘이계화’의 실체다.
이 이야기는 일본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전남 역시 일본과 가까이 있고,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남해와 서해의 수온 상승은 해풍을 통해 육지 기온과 습도를 변화시킨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품고, 이는 복사냉각을 억제해 밤기온을 붙든다. 결과적으로 농업 현장은 낮의 폭염과 밤의 열대야를 동시에 견뎌야 한다.
전남의 벼 재배에서는 출수기 고온으로 인한 등숙 불량과 수량 감소가 반복되고 있다. 과수에서는 착색이 늦어지고 당도가 흔들리며, 화상과가 증가되고 있다. 축산 농가에서는 폐사 위험과 사료 효율 저하가 현실적 위협이 된다. 농업 종사자처럼 야외 노동을 생업으로 하는 이들이 특히 위험하다. 일본의 사례처럼 열사병 위험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현상은 열대 태평양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고온의 해수를 서쪽으로 밀어 인도네시아 연안에 열을 축적시킨다. 그 거대한 열 저장고에서 형성된 따뜻한 해류가 북상해 동아시아 연안을 데운다. 바다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기후를 조율하는 거대한 엔진이다.
어업인은 숲과 육지를 걱정한다. 강을 통해 흘러드는 영양염이 풍부한 바다를 만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농업인도 바다를 주목해야 한다. 바다에서 시작된 열과 수증기가 농지의 기온과 생육 환경을 바꾼다. 지구는 인체의 장기처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한 부분의 이상은 결국 전체에 파급된다.
성큼 다가 온 두 계절의 시대에 전남 농업은 첫째, 고온 적응 품종과 재배 시기 조정 등 기후 적응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해수 온도와 농업 기상 정보를 연계하는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논물 관리 개선, 산림과 갯벌 보전, 블루카본 확대 등 탄소 흡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전남은 산림과 갯벌, 농지를 동시에 가진 지역이다. 이는 위기를 완충할 수 있는 자산이다.
사계절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농업과 문화의 기반이다. 계절의 리듬이 무너지면 작물의 생리도, 인간의 삶도 흔들린다. ‘사계절에서 두 계절화’는 이상 기상의 별칭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되돌려 준 경고다. 바다에서 시작된 더위가 전남 들녘을 덮고 있다. 하늘만 바라보던 농정은 이제 바다도 함께 바라봐야 한다. 사계절을 지키는 일은 곧 전남 농업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참고문헌
立花義裕氏. 2025. 二季へ向かう日本. 日本 農協協同組合新聞(2025-12-24).
三重大学教授 立花義裕氏
허북구. 2026. 기후변화시대, 전남의 토종 식물은 밥상을 지켜 낼 수 있을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1-17).
허북구. 2025. 일본 과수 기상재해 예측 시스템과 전남 농업의 과제.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