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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에서 아동 대상 음식치유의 구조와 실천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김현주 교수
  • 기사등록 2026-03-09 09: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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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에서 음식치유는 단순히 먹거리를 제공하는 활동이 아니라 감각과 정서를 동시에 다루는 과정이며, 특히 아동에게는 발달의 기초를 다지는 중요한 경험이 된다. 아동기는 감각과 정서가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다. 대체로 만 12세 이하의 아동은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감각 경험과 정서 경험을 뚜렷이 구분하지 못한다.

 

촉감·맛·냄새·온도와 같은 감각 자극은 곧바로 기분과 표정,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자극이 과도하면 쉽게 불안해지고 산만해지며, 신경계가 감각 정보를 부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하여 감각 민감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과각성(Hypervigilance) 상태에 놓이기 쉽다. 반대로 자극이 완만하고 예측 가능하면 안정감이 빠르게 형성된다. 이 점은 아동 대상 치유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전제다.

 

아동에게 음식은 단순한 영양 공급 수단이 아니다. 음식은 감각과 정서를 동시에 자극하는 일상적 매개체다. 따뜻한 국 한 숟가락, 부드러운 식감의 간식, 익숙한 향은 아동의 몸을 이완시키고 마음을 안정시킨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정서 조절의 기초가 형성된다. 반면 강한 향, 자극적인 맛, 빠른 섭취 환경은 긴장과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동기의 음식 경험은 ‘무엇을 먹느냐’ 이전에 ‘어떻게 경험하느냐’의 문제다.

 

치유농업 환경은 이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자연 속 자극은 대체로 완만하고, 활동은 재배–수확–조리–섭취–공유의 흐름 안에서 진행된다. 이 과정은 감각 자극을 단계적으로 제공하며, 음식의 출처와 변화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게 한다. 아동은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감각 자극을 예측 가능한 것으로 인식한다. 예측 가능성은 곧 안전감으로 이어진다. 안전감이 형성될 때 감각은 안정되고, 정서는 조절된다.

 

일반적인 치유음식이 영양 관리나 임상적 처방에 초점을 둔다면, 치유농업에서의 음식치유는 환경·과정·관계가 통합된 구조를 갖는다. 흙을 만지고, 열매를 따고, 함께 조리하며 나누어 먹는 과정은 단순한 섭취 행위를 넘어 관계 경험이 된다. 지도자와 보호자, 또래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음식은 정서를 매개하는 언어가 된다. 이는 치유농업이 지닌 고유한 강점이다.

 

아동 대상 음식치유에서 핵심 치유 기제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감각 안정 기제다. 미각·후각·촉각을 부드럽게 자극하여 과각성을 완화한다. 둘째는 정서 조절 기제다. 따뜻함과 익숙함을 통해 불안을 낮추고 안정감을 높인다. 이에 따라 목표 역시 단계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감각 과민 완화와 정서 안정, 중기적으로는 자기조절 능력 향상과 안정적 감정 표현,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감각–정서 발달 기반 형성이 지향점이 된다.

 

프로그램 설계에서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음식은 제철이면서도 익숙한 재료를 중심으로 선택한다. 조리 방식은 단순하고 반복 가능해야 하며, 아동이 과정을 관찰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섭취는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다. 회기는 주 1회, 6~8회 정도의 정기형이 기능 변화에 적합하며, 1회 방문형은 안정 경험을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활동은 놀이적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음식이 과제가 아니라 즐거운 경험으로 인식될 때 치유 효과는 배가된다.

 

예를 들어 ‘따뜻한 간식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도입 단계에서는 재료를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를 맡게 한다. 전개 단계에서는 간단한 조리를 함께 수행한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천천히 나누어 먹으며 느낌을 표현하게 한다. 이 짧은 흐름 속에서 감각은 안정되고, 정서는 자연스럽게 언어화된다.

 

효과 평가는 수치보다 변화의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 표정이 부드러워졌는지, 참여 시간이 늘어났는지, 보호자나 지도자와의 상호작용이 자연스러워졌는지를 관찰한다. 비교보다는 개별 아동의 변화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동 대상 음식치유의 본질은 거창하지 않다. 감각을 안정시키고, 정서를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치유농업은 자연의 완만한 리듬 속에서 이러한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반복과 놀이, 그리고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이 아동의 감각과 마음을 지탱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치유농업에서의 음식치유는 아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며, 그 안전감이 성장의 기초가 된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6. 미국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군인과 음식치유의 회복 구조.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2-28)

김현주. 2026. 치유농업에서 음식치유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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