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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마을 김블라디미르 시인의 오늘의 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 -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는 고려인의 현실과 희망을 그린 시 - 상처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는 고려인 공동체의 이야기
  • 기사등록 2026-03-10 08: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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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블라디미르 시인이 발표한 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가 이주 고려인 동포들의 삶을 담담하게 비추며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제목: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우리는 조금씩 새로운 생활에 적응한다/힘닿는 데까지 노동을 하는 데에서./많은 것이 우리에게 가까워진다/누구나 이걸 이해하고 겪었지 않았던가/그런데 나는 가끔씩 하소연을 듣는다,/지인이나 친구들로부터./“그들은 자기들을 더 높이 여기고/우리를 외국인으로, 로봇으로 본다”고./그들에게 거칠게 말대꾸하지 않으며/위로해주느라 노력을 기울인다/비는 얼굴에 묻은 때는 씻어줄 수 있지만/마음속의 상처는 씻어낼 수 없지 않던가.

이 시는 거창한 서사나 격렬한 비극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주민의 숨결처럼 담담한 언어로 시작한다.

“우리는 조금씩 새로운 생활에 적응한다 / 힘닿는 데까지 노동을 하는 데에서.” 이 짧은 문장 속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고려인 동포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상의 땅을 찾아 돌아왔지만, 그들의 삶에는 여전히 낯선 언어와 노동,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경계가 남아 있다. 


1937년 스탈린 정권의 강제이주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쫓겨났던 고려인들의 후손들은 80여 년의 유랑 끝에 조국을 찾았다. 그러나 귀환이 곧 안식이 되지는 않았다. 공장과 건설현장, 물류창고와 농촌의 들판 등 일용직 노동의 현장에서 그들은 여전히 ‘동포’보다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먼저 불린다. 김블라디미르의 시는 바로 그 현실의 자리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자기들을 더 높이 여기고 / 우리를 외국인으로, 로봇으로 본다.” 이 짧은 구절은 고려인 동포들이 마주한 미묘한 거리감을 조용히 드러낸다. 분노 대신 담담한 체념과 연민이 흐르고, 그 속에서 시인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비는 얼굴에 묻은 때는 씻어줄 수 있지만 / 마음속의 상처는 씻어낼 수 없지 않던가.”
이 짧은 구절은 고려인 공동체가 겪어온 역사와 오늘의 현실을 동시에 비춘다. 강제이주와 오랜 유랑, 언어의 단절, 그리고 조국에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보이지 않는 경계까지. 세월이 흘러도 그 마음의 상처는 쉽게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의 제목은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이다. 이 말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서로를 붙들어 온 고려인 공동체의 삶의 태도에 가깝다.

오늘도 광주 고려인마을 골목에서는 한국어와 러시아어가 함께 흐른다. 아이들은 두 개의 언어로 미래를 배우고, 부모들은 낯선 노동의 현장에서 하루를 버텨낸다. 그 삶의 한가운데에서 김블라디미르의 시는 조용히 말한다. 비록 마음속 상처가 쉽게 지워지지 않더라도 사람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손을 내미는 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그 믿음이야말로, 이 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조용하고도 깊은 희망이 되고 있다.

고려방송:임용기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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