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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의 마지막 고리, 음식치유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김현주 교수
  • 기사등록 2026-03-23 08: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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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오늘날 치유농업은 인간의 생활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회복의 구조로 확장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음식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농업이 본래 먹기 위한 행위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치유농업이 음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르는 활동’에 비해 ‘먹는 경험’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치유를 일상의 변화로 본다면, 음식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치유농업의 핵심 축으로 재배치되어야 한다. 첫째, 음식은 치유를 ‘지속 가능한 경험’으로 전환하는 가장 현실적인 매개다. 원예 활동이나 농작업은 특정 공간과 시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이다. 참여하는 순간에는 집중과 안정, 성취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 효과가 일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치유는 일회성 체험으로 끝나기 쉽다. 반면 식사는 하루 세 번 반복되는 일상 행위다. 치유농장에서 경험한 감각과 태도가 식사로 연결될 때, 치유는 생활의 리듬 속으로 스며든다. 결국 음식은 치유를 ‘행사’에서 ‘습관’으로 바꾸는 통로가 된다.

 

둘째, 음식은 활동 치유를 신체 내부로 완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농작업은 외부 환경과의 접촉을 통해 감각을 깨우고 주의를 현재로 돌리는 데 강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이 몸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치유는 관찰이나 체험의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 자신이 기른 작물이나 그 공간에서 준비된 음식을 먹는 행위는 외부에서 이루어진 경험을 내부의 감각으로 전환시킨다. ‘내가 참여했다’는 기억은 ‘내 몸을 이루는 일부가 되었다’는 감각으로 바뀌며, 이때 치유는 보다 깊은 층위에서 작용한다.

 

셋째, 음식은 관계를 형성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매개다. 치유농업은 개인의 회복을 넘어 사회적 관계 회복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사람 간의 관계는 의도적으로 만들수록 부담이 되기 쉽다. 이때 음식은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연결을 만들어낸다.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나누는 과정은 말이나 설명 없이도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며, 이는 치유의 사회적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기른다–먹는다–나눈다’라는 구조는 단순한 농업 과정이 아니라, 인간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회복의 방식이다.

 

넷째, 음식치유는 치유농장의 운영 구조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존의 치유농업은 체험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방문이 일회성에 그치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음식이 결합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식사는 반복 방문을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 중 하나이며, 계절별 식재료와 메뉴 구성에 따라 지속적인 방문 동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단순 체험형 농장에서 벗어나 ‘체류형·반복형 치유농장’으로 전환하는 기반이 된다.

 

또한 음식은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농산물 판매가 원재료 중심이라면, 음식은 가공과 경험이 결합된 형태로 가치가 확장된다. 같은 작물이라도 어떻게 조리하고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상품이 된다. 특히 치유농업에서는 ‘건강성’, ‘지역성’, ‘스토리’가 결합되면서 일반 외식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농가 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식문화와 연계되는 산업적 확장 가능성도 제공한다.

  

다섯째, 음식치유는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치유농업의 대중화를 이끄는 요소다. 농작업은 신체 조건이나 시간, 거리 등의 제약을 받을 수 있지만, 음식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 누구나 먹을 수 있고, 짧은 시간 안에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동이 어려운 사람에게도 전달 가능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음식은 치유농업을 특정 계층의 활동이 아니라, 보다 넓은 대중이 접할 수 있는 생활형 치유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치유농업에서 음식치유는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구조를 완성하는 핵심이다. 기르는 과정에서 시작된 치유는 먹는 행위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관계로 확장된다. 여기에 반복성과 접근성, 그리고 경제적 지속성이 더해질 때, 치유농업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삶을 바꾸는 실천으로 자리 잡는다. 치유농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기르는 농업’에 ‘먹고 나누는 농업’이 더해져 규모를 키우고 지속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음식치유는 치유농업의 마지막 고리가 된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6. 성장기의 마음을 돌보는 치유농업, 청소년 음식치유.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3-9).

김현주. 2026. 치유농업에서 아동 대상 음식치유의 구조와 실천.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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