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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먹는 한 끼가 공동체를 만든다 - 곽경자 이학박사(곽경자 식초담다 대표, 전남도립대학 식품생명과학과 겸…
  • 기사등록 2026-04-07 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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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 담양에서 슬로푸드의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4월 3일 창평면 ‘곽경자식초담다’에서 슬로푸드한국협회 담양지부 총회와 연산오계 맛 워크숍을 열었다. 이번 자리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무엇을 먹는가’보다 ‘어떻게 함께 먹는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고자 했다.

 

담양지부의 실천 슬로건은 “혼자 하면 일, 함께 하면 놀이”다. 이 짧은 문장은 우리가 걸어온 시간과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담고 있다. 2023년 12월 30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지부는 현재 70여 명으로 늘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이어온 것은 음식 자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관계였다. 지역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이 중심이 되었다.

 

담양지부의 활동은 ‘슬로시티 슬로푸드’라는 기조 아래 이어지고 있다. 특히 슬로푸드 국제운동의 핵심인 ‘맛의 방주’에 등재된 전라도 식재료와 전통 레시피를 바탕으로 지역의 음식문화를 생활 속에서 되살리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함께 준비하고, 함께 먹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곧 실천이다.

 

이러한 활동을 이어오면서,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밥상의 의미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가정은 점점 하숙집처럼 변하고, 각자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익숙해진 시대다. 하루 한 끼만이라도 함께 앉는 시간이 있었다면, 꼭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서로의 삶을 조금은 더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밥상은 허기를 채우는 자리가 아니라 관계가 이어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더 또렷해졌다. 서울에서 생활했던 딸이 오래된 하숙집보다 공동식탁이 있는 고시원을 더 편안하게 느꼈다는 말을 했었을 때다. 언제든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좋은 곳’이라 여기는 감각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엇을 잃어왔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편리함을 얻는 대신 함께 먹는 시간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담양지부의 모임에서는 늘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체를 지역사회 회복의 시작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천은 최근 지부상 수상으로 이어졌고, 이날 회원들에게 전달한 색동앞치마는 공동체 활동의 상징이 되었다. 색동에 담긴 한국적 감각은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어진 연산오계 맛 워크숍은 또 다른 의미를 더했다. 연산오계는 깃털과 피부, 뼈까지 검은빛을 띠는 우리 고유 품종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귀한 유전자원이다. 닭계장을 숙성해 끓인 떡국을 함께 나누며 전통 방식이 만들어내는 깊은 맛을 확인했다. 장독대에서 퍼낸 간장이 더해질 때 비로소 살아나는 감칠맛은, 시간과 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직접 손질한 오계는 일반 닭과 달리 지방이 거의 남지 않아, 식재료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했다.

이날의 자리는 한 끼 식사를 넘어서는 의미를 남겼다. 함께 먹는 시간이 공동체를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밥상은 여전히 사람을 모이게 하고, 관계를 이어주며, 지역의 기억을 지키는 가장 생활적인 공간이다.

 

담양의 슬로푸드 밥상은 거창하지 않으나 분명한 방향을 가지고 있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함께 먹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일이기도 하며, 치유의 음식이 되기도 한다.

 

참고 문헌

곽경자. 2026. 막걸리식초와 갑오징어, 몸을 깨우는 봄의 맛.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4-1).

애탕국의 계절… 쑥과 된장, 굴이 빚은 봄 보약 쑥국.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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