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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랭거의 마음챙김 이론과 치유농업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 기사등록 2026-04-09 09: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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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최근 치유농업이 주목받으면서 농업은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장으로 다시 해석되고 있다. 이때 중요한 단서가 되는 개념이 바로 엘렌 랭거(Ellen Langer)의 마음챙김(mindfulness) 이론이다. 랭거의 마음챙김은 명상이나 호흡에 집중하는 전통적 개념과는 다소 다르다. 그녀가 말하는 마음챙김은 ‘지금 이 순간을 새롭게 인식하고, 변화와 차이를 알아차리는 인지적 태도’에 가깝다.

 

엘렌 랭거는 194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심리학자이다.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예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마음챙김, 통제감, 노화 인식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그녀의 연구는 인간이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건강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여주었다.

 

랭거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무심코 반복하는 행동을 ‘마음없음(mindlessness)’ 상태로 설명했다. 익숙함에 기대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상태다. 반대로 마음챙김은 같은 상황에서도 새로운 차이를 발견하고, 그 차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같은 사과를 보더라도 색의 미묘한 차이, 향의 변화, 손에 느껴지는 질감을 의식하는 순간, 우리는 자동적 인식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가게 된다.

 

이 개념은 치유농업의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치유농업은 단순히 농작업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가 ‘경험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밭에서 같은 작물을 다루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경험의 질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씨앗을 심는 장면을 생각해 볼 때 마음없이 반복하면 그저 ‘작업’으로 끝난다. 그러나 마음챙김 상태에서는 흙의 온도, 씨앗의 크기, 손의 움직임, 주변의 소리까지 함께 인식된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는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경험하는 주체’가 된다. 치유는 이 부분에서 시작된다.

 

특히 치유농업에서 반복되는 활동은 마음챙김을 유도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수확을 하는 일은 구조적으로 단순하다. 그러나 매번 동일하지 않다. 날씨가 다르고, 작물의 상태가 다르며, 자신의 감정도 매일 다르다. 랭거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미세한 차이’를 인식하는 과정 자체가 마음챙김이다. 즉,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차이를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마음챙김은 또한 통제감과도 연결된다. 랭거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선택과 인식이 현재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낄 때 심리적 안정과 활력을 얻는다. 치유농업에서는 작은 선택이 지속적으로 주어진다. 어떤 작물을 심을지, 어느 정도의 물을 줄지, 수확 시기를 어떻게 판단할지 등의 결정은 참여자에게 ‘내가 상황에 관여하고 있다’라는 감각을 제공한다. 이러한 감각은 무력감이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유농업에서 음식과 연결되는 장면 역시 마음챙김과 깊이 맞닿아 있다. 직접 키운 작물을 손질하고 먹는 과정은 감각을 통합적으로 자극한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고, 맛을 느끼는 경험이 이어지면서 참여자는 현재에 머무르게 된다. 이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경험의 완성’으로 작용한다. 특히 공동 식사의 경우, 타인의 존재와 관계까지 함께 인식되면서 마음챙김의 범위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로 확장된다.

 

중요한 점은 치유농업에서 마음챙김이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다. 랭거의 이론은 특정한 방법을 반복하도록 요구하기보다,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둔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도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관찰과 선택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작물을 두고도 서로 다른 표현이 가능하도록 하고, 결과보다 과정에 주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치유농업에서의 마음챙김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보는 방식의 전환’이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고, 반복되는 과정에서 차이를 발견하며, 자신의 선택이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이러한 경험이 쌓일 때 농장은 단순한 생산의 공간을 넘어 회복의 공간으로 기능하게 된다.

 

치유농업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다양성이나 시설의 규모만큼이나, 참여자가 어떻게 경험하고 인식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엘렌 랭거의 마음챙김 이론은 그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틀이 될 수 있다. 농업의 현장에서 ‘지금, 여기’를 새롭게 바라보는 힘이야말로 치유농업의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자아통제 및 의미이론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4.4.).

최연우. 2026. 피터 레빈의 신체기반 트라우마 치유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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