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사람은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선택, 행동의 이유를 의식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지만, 그 이면에는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무의식적 과정’이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 이해의 한계를 설명한 대표적인 학자가 바로 티모시 D. 윌슨(Timothy D. Wilson)이다.
티모시 윌슨은 1951년 미국에서 태어난 텍사스에서 성장한 사회심리학자이다. 그는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학부를 마친 뒤 미시간 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버지니아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인간의 자기이해, 감정,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완전히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무의식적 자기이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저서 『스트레인저스 투 아워셀브스(Strangers to Ourselves)』에서 그는 인간이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사후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며, 실제 원인은 의식 밖에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즉,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직접 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추론’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치유농업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치유농업은 대상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변화를 유도하는 과정이지만, 참여자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분이 좋다”, “편안하다”와 같은 단순한 표현 뒤에는 훨씬 복잡한 심리적 변화가 숨어 있다. 때로는 참여자 자신도 왜 편안해졌는지, 왜 거부감을 느끼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무의식적 자기이해의 개념이 필요하다. 치유농업은 참여자의 ‘말’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행동과 반응, 참여 방식의 변화를 통해 상태를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흙을 만지는 순간 긴장이 풀리고, 어떤 사람은 끝까지 손을 대지 못한다. 이 차이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과거 경험, 기억, 감각 반응 등 무의식적 요소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음식치유의 과정은 이러한 무의식적 반응이 드러나기 쉬운 영역이다. 음식은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감각과 기억을 동시에 자극한다. 특정 향이나 맛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특정 질감이 불편함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대부분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참여자는 단지 “이건 싫다” 또는 “이건 좋다”고 말할 뿐이다.
이때 치유사농업사는 그 이유를 억지로 해석하거나 설명하려 하기보다, 반응 자체를 존중하고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티모시 윌슨이 강조한 것처럼,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서의 개입 역시 ‘설명’보다 ‘경험의 설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치유농업에서 반복과 리듬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정한 환경과 흐름 속에서 참여자는 점차 긴장을 낮추고,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감정과 반응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는 단번에 이루어지는 변화가 아니라, 경험이 축적되면서 형성되는 과정이다. 무의식은 설명으로 바뀌지 않고, 경험을 통해 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 식사나 함께하는 작업은 무의식적 자기이해를 자연스럽게 확장시키는 장면이 된다. 다른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활동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반응을 타인과 비교하거나 인식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형성된다. 이 과정은 강요된 성찰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경험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따라서 치유농업은 참여자가 스스로를 ‘설명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경험 속에서 스스로를 새롭게 느끼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티모시 윌슨의 이론과 맞닿아 있다.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직접 들여다보는 존재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서서히 자신을 이해해 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치유농업의 핵심은 프로그램의 화려함이나 난이도가 아니라, 참여자가 안전하게 경험을 반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무의식적 반응은 통제하거나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하고 기다려야 할 변화의 과정이다.
치유농업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산업이지만, 그 변화는 의식적인 결심이나 설명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각과 경험의 축적 속에서 서서히 이루어진다. 티모시 윌슨이 말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낯선 존재’라는 통찰은, 치유농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스티븐 포지스의 다중미주신경이론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4.25.).
최연우. 2026. 치유농업에서 대상자별 음식치유의 심리적 접근.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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