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니, 이거 먹어야 해! 그래야 머리가 영리해져.” 봄이 오면 어김없이 귓가에 맴도는 엄마의 말이다. 어린 시절, 양지 바른 골목에서 막 걸음마를 떼던 아기처럼 솜털 보송한 머위 순을 따다가, 소금물에 데쳐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내던 그 밥상은 무엇보다 그 안에는 자식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머위는 햇살이 좋고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자란다. 산 언덕에 머위가 있으면 그 근처에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이라는 말이 있다. 약이 귀하던 시절, 집 가까이에 두고 늘 뜯어 먹던 생활 속 처방이었기 때문이다.
쌉싸름한 맛은 단순한 미각이 아니라 몸을 깨우는 신호이다.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라는 말은 그래서 음식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표현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음식을 약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머위의 쓴맛이 정말 머리를 좋게 하는가’였다. 과학적 근거는 찾을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 부재가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엄마는 지식을 말한 것이 아니라, 딸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건넨 것이었다. 그 마음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치유였음을 이제야 안다.
머위는 우리 땅에서 자라온 대표적인 계절 식재료다. 초봄에는 잎과 줄기를 함께 먹고, 여름에는 껍질을 벗긴 줄기를 들깨와 함께 끓여내면 특유의 향이 절정에 이른다. 전라도 강진 등지에서는 ‘머우’라 부르며 봄부터 여름까지 식탁에 오르는 일상식이었다.
그 약리적 가치 또한 주목할 만하다. 머위 추출물은 강력한 항산화 효소인 SOD 유사활성이 높아 노화 억제와 세포 보호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암세포의 생장을 억제하는 효과도 보고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침과 가래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어 예로부터 기관지 건강을 위한 자연 처방으로 활용되어 왔다.
이러한 머위는 된장과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겨울을 이겨낸 질긴 조직이 발효된 된장의 힘으로 부드럽게 풀리고, 체내 흡수 또한 높아진다. 발효와 식물의 만남, 그것은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생명과 생명이 이어지는 과정이다.
한편 머위와 자주 혼동되는 나물이 곰취다. 두 식물은 모양이 비슷하지만 잎 가장자리의 톱니 모양이 다르다. 머위는 불규칙하고, 곰취는 규칙적이다. 맛과 향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그 생명력과 약성의 가치는 서로 견줄 만하다.
지금도 나는 봄이면 머위 새순을 뜯어 데치고, 물에 우려 쓴맛을 덜어낸 뒤 된장에 싸 먹는다. 그 한 입 속에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엄마의 바람, 나의 시간, 그리고 삶을 지탱해준 몸이 기억하는 밥상이다.
어쩌면 머위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건강을 챙기는 일이 아니라, 기억을 먹고 마음을 다독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쓴맛 끝에 남는 은은한 단맛은, 결국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참고 문헌
곽경자. 2026. 봄 우울증 해소 원추리나물, 독성 제거법부터 장아찌까지.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4-22).
곽경자. 2026. 잔인한 4월, 시금치에 응축된 시간과 영양의 인문학.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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