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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노프스키의 건강 생성론과 치유농업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 기사등록 2026-05-27 08: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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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현대 사회는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은 크게 발전했지만, 건강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다. 의료와 보건 분야 역시 오랫동안 질병의 원인과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인간의 건강은 단순히 병이 없다고 해서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어려움과 스트레스 속에서도 어떤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만, 어떤 사람은 삶의 안정감과 의미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왜 그럴까. 이러한 질문에 주목한 사람이 바로 의료사회학자 안토노프스키(Aaron Antonovsky)이다.

 

안토노프스키는 192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미국 브루클린대학교(Brooklyn College)와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이후 이스라엘로 이주하여 네게브 벤구리온대학교(Ben-Gurion University of the Negev) 등에서 활동하며 건강과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특히 극심한 전쟁과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여성들 가운데서도 정신적 안정과 삶의 의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왜 사람은 병드는가?”보다 “왜 사람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러한 관점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살루토제네시스(Salutogenesis)’이다.

 

살루토제네시스는 라틴어 ‘살루스(salus, 건강)’와 그리스어 ‘제네시스(genesis, 생성)’를 결합한 용어로, 우리말로는 ‘건강 생성론’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이는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 병인론(Pathogenesis)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안토노프스키는 인간을 건강과 질병으로 단순하게 구분하지 않았다. 인간은 건강과 질병 사이의 연속선 위에 존재하며,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며 삶 속에서 의미를 찾는가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건강 생성의 핵심 개념으로 ‘통합감(Sense of Coherence)’을 제시했다. 통합감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는 이해 가능성(comprehensibility)이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혼란이 아니라 이해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둘째는 관리 가능성(manageability)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대응할 수 있는 자원과 능력을 갖고 있다고 느끼는 상태이다. 셋째는 의미성(meaningfulness)이다. 자신의 삶과 활동이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건강 생성론은 최근 치유농업의 방향성과도 깊게 연결된다. 치유농업은 단순한 농촌 체험이나 여가 활동이 아니다. 자연과의 접촉, 반복적 활동, 관계 형성, 공동체 경험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삶의 회복력을 높이는 과정에 가깝다. 특히 치유농업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농작업과 음식 활동, 공동체 프로그램은 안토노프스키가 말한 통합감을 형성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며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는 활동은 참여자에게 일정한 흐름과 예측 가능한 생활 리듬을 제공한다. 이는 이해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직접 작물을 수확하고 음식을 만들며 작은 결과를 경험하는 과정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관리 가능성을 형성할 수 있다. 여기에 함께 식사하고 경험을 나누는 공동 활동은 삶의 의미성과 관계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치유농업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건강 생성론과 닮아있다. 인간은 완벽한 성과를 통해서만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돌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정 속에서 심리적 안정과 회복감을 경험한다. 즉 치유농업은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이 아니라 건강을 만들어 가는 생활 환경과 경험 구조를 형성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사회는 경쟁과 속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비교와 성과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질병이 없더라도 건강하다고 느끼기 어렵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치유농업은 단순한 체험 산업을 넘어 인간의 회복력과 삶의 안정감을 높이는 ‘건강 생성형 산업’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치유농업의 중요한 가치는 단순한 휴식 제공에 있지 않다. 사람들에게 삶을 이해하고 관리하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연과 관계, 반복적 생활 리듬, 공동체 경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안토노프스키의 건강 생성론은 건강의 본질을 다시 묻는 이론이다. 건강은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삶을 견디고 회복하며 의미를 만들어 가는 힘이라는 것이다. 치유농업 역시 그러한 힘을 키우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셸리 테일러의 돌봄과 유대이론, 그리고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5.22.).

최연우. 2026. 로버트 자이언스의 단순노출 효과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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