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지난 주말 깊은 산골짜기에 있는 한 치유농장을 방문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농장으로 향하는 길 주변에는 빈집이 적지 않았다. 무너진 담장과 닫힌 대문, 잡초가 무성한 마당은 한때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떠난 산촌의 풍경이었다. 집은 남아 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마을은 조용함을 넘어 적막함마저 느껴졌다.
그 길을 지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깊은 산골에서 지금도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큰 애정과 의지를 가지고 있을까. 도시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삶이다. 누군가는 떠났지만, 누군가는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존경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유농장에 도착했을 때는 마치 세상과 잠시 떨어진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치유농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세상과 격리된 공간’이라는 것이었다. 앞뒤로 산이 둘러싸여 있었고 인공적인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야생화로 꾸며진 정원과 넓은 잔디밭, 나물을 채취할 수 있는 산, 한 세기가 넘었을 법한 소나무, 맑은 계곡물은 그 자체로 치유 자원이라 할 만했다.
숙소 역시 인상적이었다. 옛 모습을 간직한 황토집에 장작을 때어 난방을 하는 방식이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낯설고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시골집의 기억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밤이 되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달은 마치 해가 떠오르듯 산등성이 위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 전등 불빛보다 달빛과 별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음식도 좋았다. 산에서 직접 채취한 능이버섯을 넣어 끓인 닭백숙, 각종 나물이 식탁에 올랐다. 인근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와 직접 재배한 코끼리마늘 장아찌도 함께 제공되었다. 재료와 맛 모두 정성이 느껴졌다. 그런데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남았다. “이곳만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물론 자연환경은 훌륭했다. 숙소도 좋았고 음식도 만족스러웠다. 야생화 정원과 자연물로 꾸며 놓은 각각의 공간은 농장 경염주의 섬세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러한 경험은 치유농장이 아니더라도 산골의 펜션이나 산장, 관광농원, 자연휴양림, 향토음식점에서도 어느 정도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치유농장이 진정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연환경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많다. 조용한 시골 마을도 많고 계곡과 숲을 품은 농장도 적지 않다. 만약 자연환경만으로 경쟁해야 한다면 수많은 농장과 관광지가 경쟁 상대가 된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반면 특별한 상품이나 차별화된 치유 프로그램을 가진 농장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특정 약초를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 지역의 전통문화를 활용한 체험, 특정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음식치유 프로그램, 야생화를 이용한 화전 만들기, 향기 있는 식물을 사용한 산골 국수, 산골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나무 아래의 특별한 식탁, 농장만의 독창적인 향기·색채·정원 프로그램, 계절별 치유 콘텐츠 등 그리고 이것을 이야기로 만든 상품이 있다면 소비자는 그 농장을 찾아갈 이유가 생긴다.
최근 관광산업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경치 좋은 곳을 찾았다면 지금은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찾는다. 같은 산이라도 특별한 트레킹 프로그램이 있는 곳이 선택받고, 같은 바다라도 특별한 체험 콘텐츠가 있는 곳이 인기를 얻는다. 치유농업도 마찬가지다.
심산유곡의 환경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연환경은 치유의 기반일 뿐, 최종 상품은 아니다. 소비자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방문하는 이유는 결국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가치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치유농장을 방문해 보면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갖추고 있지만 농장을 대표하는 상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방문객이 기억하는 것은 풍경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른 농장과의 차별성이 희미해진다. 반대로 하나의 강력한 상품이나 프로그램을 가진 농장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꽃차 치유농장이든, 발효음식 치유농장이든, 정원치유농장이든, 숲길 명상 농장이든 대표 상품이 분명할수록 소비자의 선택은 쉬워진다.
따라서 앞으로의 치유농장은 ‘심산유곡’만으로는 부족하다. 심산유곡에 더해 특별한 상품과 차별화된 프로그램 및 이야기를 갖추어야 한다. 자연환경은 경쟁의 출발점이지만, 특화된 콘텐츠는 경쟁의 완성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은 많다. 그러나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치유는 많지 않다. 앞으로 치유농장이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그 차이일 것이다. 소비자가 “그 농장은 꼭 가봐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 그것이 바로 치유농장의 미래 경쟁력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치유농업과 마케팅 3요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농업칼럼(2026.5.23.).
허북구. 2025. 치유농업의 핵심 상품, 치유의 가치와 가격. 전남인터넷신문 허북농업칼럼(2026.5.21.).
허북구. 2025. 치유농업의 지속가능성 3요소 이론. 전남인터넷신문 허북농업칼럼(2026.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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