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지난 주말 풀짚공예 전시와 관련해 1박 2일 일정으로 충남 당진에 출장을 다녀왔다. 하룻밤을 묵으면서 찾은 식당의 메뉴판에서 눈에 띄는 음식이 있었다. ‘고구마대 감자탕’과 ‘고구마대 뼈해장국’이었다.
감자탕이나 뼈해장국에는 우거지나 시래기와 함께 토란대 등을 넣는 경우가 많다. 육개장에는 토란대나 고사리가 익숙하다. 그런데 이 식당에서는 고구마대를 넉넉하게 넣어 감자탕과 뼈해장국을 만들고 있었다.
고구마대는 전남광주 사람들에게 낯선 식재료가 아니다. 여름철이면 껍질을 벗겨 데친 뒤 나물로 무치거나 볶아 먹고, 말려 두었다가 묵나물로 이용하기도 한다. 전남광주에서는 비교적 친숙한 반찬거리다. 그러나 필자에게도 고구마대를 감자탕이나 뼈해장국에 넣어 먹는 모습은 낯설었다.
궁금해서 식당 주인에게 물었다. 당진 지역에서 원래 이렇게 먹느냐는 질문이었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광주에 사는 분에게 고구마대를 넣는 방법을 배워 사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직접 먹어보니 꽤 인상적이었다. 고구마대는 푹 익으면서 부드러워졌고 머위대나 토란대와는 다른 식감과 맛을 냈다. 국물과도 잘 어울렸다. 고기보다 고구마대를 골라 먹는 재미가 있을 정도였다. 감자탕이나 뼈해장국용 식재료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통에 대해서도 물었다. 고구마대를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사람이 있어 구입해 사용하고 있지만, 때로는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전남광주 농업이 떠올랐다.
전남은 전국에서도 고구마 재배가 많은 지역이며 해남은 대표적인 고구마 산지다. 그런데 고구마 산업에 관한 관심은 대부분 뿌리인 고구마 자체에 집중돼 있다. 품종 선택부터 재배, 저장, 유통, 가공식품 개발까지 중심에는 고구마가 있다. 반면 고구마대는 농가에서 일부 판매하거나 자가 소비하는 식재료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고구마대를 하나의 농산물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물용은 줄기가 부드럽고, 수량이 많은 특성이 중요하다. 감자탕이나 뼈해장국처럼 장시간 끓이는 음식에는 조리 후에도 적당한 식감을 유지하면서 국물과 잘 어울리는 특성이 필요할 것이다. 건조용이나 냉동용, 외식업체 공급용 역시 요구되는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고구마 산업이 발달한 일본 가고시마에서는 용도에 따라 고구마 품종을 구분하고, 소주 제조에 적합한 품종을 육성해 산업적으로 활용해 왔다. 같은 고구마라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그 목적에 맞는 품종과 생산체계를 발전시킨 사례다.
전남광주의 고구마 산업에도 이런 시각이 필요하다. 생고구마와 말랭이, 빵이나 과자 같은 가공품에 머물지 않고 고구마대까지 상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반찬용, 건나물용, 감자탕·뼈해장국용, 단체급식용 등으로 시장을 세분하면 품종과 재배법, 수확 시기, 전처리와 유통방법도 세분화할 수 있다. 고구마를 수확하기 위한 재배와 고구마대를 생산하기 위한 재배를 구분하는 방식도 연구할 만하다.
당진의 작은 식당에서 먹은 고구마대 감자탕 한 그릇은 전남광주 농업의 익숙한 자원을 새롭게 보게 했다. 산지에서는 흔해서 가치를 지나치기 쉬운 농산물이 다른 지역의 식당에서는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식재료가 되고 있었다. 전남광주에는 고구마가 많다. 그만큼 고구마대도 많다. 이제 고구마의 뿌리만 볼 것이 아니라 줄기의 맛과 시장까지 함께 키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3. 고구마 매출, 10년 만에 40배로 된 회사.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3.10.5.).
허북구. 2023. 해남 아이스 고구마.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3.8.29.).
허북구. 2023. 해남 고구마 소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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