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집에서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목에 한 지방자치단체가 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주택이 있다. 상주 작가가 생활하면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그러나 그곳은 몇 년째 비어 있다. 또 다른 군에서도 예산을 들여 상주 작가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으나 역시 수년째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작가를 유치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적 취지는 좋았지만 실제 이용 수요와 운영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한 사례다.
이러한 사례를 접할 때마다 지방자치단체의 시설 조성 중심 정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확보해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시설이 완공된 이후 누가, 얼마나, 어떤 목적으로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있다. 시설은 남아 있고 유지관리비는 계속 발생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성과는 실현되지 못하는 구조다.
최근 농촌지역에서 추진하는 워케이션(Workation) 사업도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워케이션은 일과 휴가를 결합한 개념으로, 평소 근무하던 사무실을 벗어나 관광지나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서 업무와 휴식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농촌의 숙박시설과 자연환경, 체험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도 농촌 거점을 활용한 워케이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용자에게 평일 기준 1인당 하루 최대 5만 원의 체재비와 여행자보험 가입을 지원하며, 최대 5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한다. 운영 프로그램에는 농산물 수확과 가공, 목공과 도예 등의 체험활동과 주변 관광자원 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살펴볼 문제는 기존 농촌체험시설에 대한 추가 지원과 시설 간 형평성이다. 농촌체험휴양마을과 농촌관광시설 중에는 이미 정책사업을 통해 시설 조성과 운영에 필요한 지원을 받은 곳이 있다. 이들 시설이 워케이션 사업으로 다시 지원받는다면 중복 지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시설은 보조금을 받는 시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더욱이 현재 농촌체험시설들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누리는 상황도 아닌 만큼, 새로운 명칭의 사업을 통해 특정 시설에 추가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전체 농촌관광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촌지역에는 농촌체험휴양마을, 치유농장, 농촌교육농장 등 여러 정책사업을 통해 조성된 시설이 있다. 이들 시설의 기존 보조금 지원 내역과 워케이션 사업을 통한 추가 지원 여부를 조사하고, 실제 이용률과 유휴기간, 운영비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료는 지원사업의 중복성과 재정 효율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체재비 지원으로 확보된 이용자가 지원 종료 후에도 자비로 방문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보조금으로 형성된 이용 실적이 실제 수요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촌 워케이션을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으로 추진한다면 참여 인원이나 숙박일수보다 지역 내 실제 소비액과 지역업체 매출 증가, 재방문율, 운영비 등을 분석해야 한다. 특히 기존 시설에 투입된 보조금과 워케이션 운영을 위해 추가로 지원되는 예산을 함께 살펴야 한다. 지원금이 여러 사업명으로 반복 투입되는 구조에서는 시설의 자립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다.
정책사업은 새로운 명칭을 만들고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성과가 부각되기 쉽다. 그러나 정책의 실질적인 가치는 사업 시행 이후에 나타난다. 몇 명이 참여했는지,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했는지보다 그 사업으로 어떤 변화가 발생했고, 투입한 예산에 비해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는지가 중요하다.
전남광주 농촌 워케이션도 기존 지원사업과의 중복 여부, 지역경제 효과, 보조금 종료 이후의 자립 가능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지원방식과 사업 규모를 조정하고, 실제 수요와 성과가 확인된 분야에 예산을 집중하는 체계가 요구된다.
앞으로 전남광주의 농촌 체류정책은 기존 시설의 이용 실태와 운영성과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신규 사업 추진에 앞서 실제 수요와 경제성을 검증하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특히 공공지원금이 종료된 이후에도 기업과 개인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정책의 성과를 사업의 개수나 예산 규모보다 시설의 활용률, 지역에 남는 경제적 가치, 지속적인 이용 수요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때 농촌 워케이션도 실질적인 지역 활성화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0. 농박 × 워케이션 적지 전남.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0.12.29.).
허북구. 2021. 코로나19가 워케이션 농업을 불러냈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1.1.2.).
허북구. 2021. 늘어나는 농촌 빈집과 워케이션 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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