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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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그 곳/전경란 하늘을 날고 있네 훨훨훨 새가 되어 구름을 뚫고 올라가 사뿐히 솜털보다 가벼운 그 위에 앉았네 한가득 사랑을 품고 남겨 두고 온 아쉬움 가슴에 안고 희망의 그곳을 향해 먼 하늘을 날고 있네 반짝반짝 빛나는 동공을 잠시 내려 감고 칼날같이 예리한 머리를 곧추 세우며 모두를 질서 정연하게 ... 2020-08-09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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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고문/ 이순동 얼마나 많은 세월 방황 속에 던져 버렸던가 밤이면 망각에 젖어 하얗게 지새운 많은 날이 거리마다 흩어져서 그때를 자아내는 무엇이든 이룰 것 같은 겁 없던 시절 희망이란 고문 속에 살아온 삶 처진 어깨에 내려앉는 먼지마저도 힘겨워 바둥거렸다 모든 걸 뒤로한 채 망망대해를 자유롭게 누비는 고래처럼 베링... 2020-08-08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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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김종구 망치가 벽에 둔탁한 소리를 심는다 탁탁탁....... 벽은 온몸으로 버텨보지만 참아내는 통증만큼 상처의 뿌리는 깊어만 간다 미안하다! 그럼, 못을 빼주마 삐이걱~ 벽은 왜, 못을 껴안고 우는가! 모두가 고통이다 사는 게 그렇다 내 몸에 박힌 못을 내가 끌어안는다 2020-08-07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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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욕의 공간/이순남 햇빛과 나뭇잎 그늘이 수놓은 숲길 흑백의 문양들이 수묵화의 산실인양 그림처럼 담기는 유달산 화가가 최고의 걸작을 구성해 놓은 듯 수려한 해안선과 수많은 섬들이 점점이 손잡고 운율을 타고 있다 어머니의 품 안 같은 둘레 길을 걸으면 몸도 마음도 낭창낭창 해진다 자연의 위로만큼 소중한 게 또 있으랴 피톤... 2020-08-06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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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카페 / 김수진 고소한 커피향의 희미한 흔적 찾아 오늘도 습관처럼 폐점카페 찿아간다 낮달이 기웃거리는 봄날도 늦은 봄날 어머니 손때 같은 얼룩이 묻어 있는 그 카페 빈 구석을 홀로 지킨 다듬이 돌 홀린 듯 5월이 되면 내 발길 가 닿는 곳 2020-08-05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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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김상근 물길 따라 구석구석 기꺼이 찾아오고 기꺼이 돌아가는 오고 가는 것이 거침없는 바다 거부할 수 없는 긴-세월 맞서며 아무것도 잃은 것 없이 지켜온 풍요로운 갯내음 사무치게 그리운 어머니의 향기다 무엇을 위해 길을 떠났고 무엇을 얻었는지 아무 말 없이 오늘도 그 옛날 해변에 다시 와서 이제는 사라... 2020-08-04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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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눈 /배덕만 정적으로 채워진 새벽 골목에도 유독 적막한 구석이 있다 가시만 앙상한 시간 봄이 쓰레기봉투처럼 바스락 거리면 고양이는 바람을 경계하고 괭이눈 봉오리 밤새 뒤척거리다 끝내 몇 잎 떨어지지만 착지는 어둠의 먹이 바짝 꼬리를 세우면 골목길에 달은 뜨고 이내 천천히 맴도는 별동별들 별과 고양이 ... 2020-08-02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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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장 / 박영동 드높은 하늘을 지붕으로 끝없는 벌판을 방으로 삼아 흐르는 구름과 스쳐가는 바람의 이야기들 모아 줄 없는 거문고의 맑은 울음 남의 새끼도 끌어 모아 키운다는 새 가슴에 하늘을 꿀꺽 삼켜버린 종다리 이제 궤짝 하나의 작은 틀 안에서 지나간 날들의 추억과 계곡을 솟구치는 물소리 그리며 비탄... 2020-08-02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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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눈 /배덕만 정적으로 채워진 새벽 골목에도 유독 적막한 구석이 있다 가시만 앙상한 시간 봄이 쓰레기봉투처럼 바스락 거리면 고양이는 바람을 경계하고 괭이눈 봉오리 밤새 뒤척거리다 끝내 몇 잎 떨어지지만 착지는 어둠의 먹이 바짝 꼬리를 세우면 골목길에 달은 뜨고 이내 천천히 맴도는 별동별들 별과 고양이 ... 2020-07-31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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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에 눈 온 날 / 고정선 일주문 들어서니 숫눈 가득 환하다 설렌 마음 다독여 발길 두기 망설일 때 스님은 대빗자루 쓱 쓱 걸을 만큼 길 내신다 “가진 게 없으니 가벼이 오지 않나 이고 지고 힘들면 임자도 한 번 비워 보소” 대웅전 문고리 잡자 소리 지운 풍경風磬소리 고정선 한국시조시인협... 2020-07-30 김동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