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싸리나무 바구니에 담긴 농촌의 생활문화와 기억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10-20 08:52:33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시대의 변화에 따라 농촌의 생활풍속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한때 농가에서 흔히 사용하던 농기구와 생활용품들이 새로운 재료와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특히 대나무와 싸리나무, 짚과 풀 등 자연재료로 만든 생활용품들은 플라스틱과 금속 제품의 보급으로 사용이 크게 줄었다. 제작에 많은 손길이 필요하고 가격과 편리성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생산이 중단된 제품들도 많다.

  

그런데 최근에는 친환경과 자연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의 농촌 생활용품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자연재료 특유의 질감과 형태, 손으로 만든 공예품의 아름다움이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의 상점에서는 상품을 진열하거나 공간을 장식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식당과 카페에서는 음식과 식재료를 담거나 실내 분위기를 차별화하는 소품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줄이고 자연 소재를 활용하는 지속가능성 실천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여기에 물건이 만들어지고 사용되었던 과정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면 생활용품의 가치는 한층 높아진다.

  

이런 측면에서 과거 농촌에서 사용했던 도구와 생활용품에 관한 이야기를 조사하고 기록하는 일은 중요하다. 특히 당시의 생활을 직접 경험한 고령자들의 기억에는 문헌이나 박물관의 유물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제작과 사용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필자는 이러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 지난 10월 18일 충남 당진에서 싸리나무 바구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진시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풀짚공예 전시장에서 만난 58세 남성의 이야기였다. 그는 충남 당진시 신평면 남산리 출신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고향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당시 마을의 어머니들은 싸리나무를 베어 껍질을 벗겨 놓았다. 이렇게 준비한 싸리나무는 겨울철 바구니를 만드는 재료가 되었다. 겨울이 되면 바구니를 짜는 사람이 마을을 찾아와 며칠 동안 숙식하면서 각 가정에서 미리 준비한 싸리나무로 바구니를 만들어 주었다. 바구니를 제작한 사람은 그 대가로 수고비를 받아 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당시 농촌에서 바구니가 제작되고 공급되었던 방식을 보여준다. 농가에서는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싸리나무를 채취하고 껍질을 벗기는 등 재료를 준비했으며, 바구니 제작은 숙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이 담당했다. 바구니 제작자가 마을을 방문하여 여러 가구의 주문을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겨울철에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농한기를 이용하여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마련했던 농촌의 계절적 생활풍속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재료를 준비하는 농가와 제작기술을 가진 사람이 역할을 나누고, 수고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생활용품을 확보했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지금도 집에 당시 제작한 싸리나무 바구니가 여러 개 남아 있다고 했다. 바구니는 채소를 수확하거나 과일을 담아 두는 데 사용되었으며, 산자와 한과를 담는 용도로도 이용되었다고 한다. 농작물의 수확과 보관은 물론 명절과 음식문화에도 싸리나무 바구니가 활용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바구니에도 농촌의 재료 이용, 계절별 노동, 전문 제작자의 활동, 생활용품의 거래방식, 음식문화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특히 이번 이야기는 1970~1980년대 무렵 당진의 한 마을에서 이루어졌던 싸리나무 바구니 제작과 이용의 모습을 당시 어린 학생이었던 주민의 기억을 통해 전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남광주의 농촌에도 대나무와 싸리나무, 짚과 풀 등으로 만든 다양한 생활용품이 남아 있다. 일부는 창고나 헛간에 보관되어 있고, 일부는 사용처를 잃어 버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물건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면 물건의 명칭과 용도는 물론 제작자, 제작 시기, 재료의 조달 방법, 사용했던 장소와 생활 풍속까지 알 수 있다.

  

오늘날 오래된 농촌 생활용품의 가치는 물건 자체의 희소성이나 아름다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가 어떤 재료로 만들었고, 어떤 생활 속에서 사용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그 물건에 고유한 가치를 부여한다. 같은 싸리나무 바구니라도 겨울철 마을을 찾아온 장인이 농가에서 준비한 재료로 짜주었다는 이야기가 담기면 보는 사람의 관심과 이해도 달라진다.

  

전남광주에서도 농촌의 고령자들이 기억하는 생활용품의 제작과 사용에 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기록했으면 한다. 오래된 대나무 바구니와 싸리나무 바구니 하나를 앞에 놓고 그 물건을 누가 만들었으며, 어떤 일을 할 때 사용했는지 묻는 것만으로도 귀중한 생활문화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기록은 농촌 생활사 자료로 축적되는 동시에 오래된 생활용품의 가치를 높이고, 오늘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대만의 대나무 탄소중립과 담양 대나무 경제.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10.14.). 

허북구. 2026. 명절 밥상에 남아 있는 토종 식물과 음식.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9.23.). 

0
기사수정

기사의 무단 전제나 복제를 금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jnnews.co.kr/news/view.php?idx=43449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황룡강 가을꽃축제 현장 찾은 김한종 장성군수
  •  기사 이미지 장성군 황룡강 가을꽃 매력에 폭 빠졌어요
  •  기사 이미지 발길 붙잡는 분홍 코스모스, 보성군 예당생태습지 가을 산책 명소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