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농촌의 음식문화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함께 산과 들에서 채취한 다양한 식물이 활용되어 왔다. 계절에 따라 돋아나는 나물과 꽃, 열매 등은 식재료가 되었으며, 일부는 설탕이나 꿀에 재워 두었다가 음료로 마시기도 했다. 이러한 음식문화는 가정에서 전해지는 조리법과 지역 시장의 거래를 통해 유지되었다.
오늘날에는 당시의 음식과 조리법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문헌에 기록된 유명한 음식과 달리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만들어 먹었던 음식은 구체적인 재료의 조달 방법이나 이용 모습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과거의 생활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은 지역 음식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필자는 지난 10월 20일, 1962년 전남 완도군 완도읍 군내리에서 태어나 성장한 여성으로부터 약 55년 전 완도읍 시장의 음식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그는 어머니를 따라 완도읍 시장에 자주 갔으며, 시장에서 보았던 음식과 꽃을 파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당시 완도읍 시장에는 월편을 파는 곳이 많았다.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면 월편을 사주었기 때문에 시장에 가는 일이 즐거웠다고 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먹었던 월편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시장 음식이었다.
그런데 월편과 함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진달래꽃이었다. 봄철이 되면 완도읍 시장에는 커다란 바구니에 진달래꽃을 가득 담아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략 5~7명 정도가 진달래꽃을 가지고 나왔으며, 시장에 물건을 팔러 나온 사람들이 길게 앉아 있는 사이에 자리를 잡고 꽃을 판매했다고 한다.
당시 완도에서는 진달래를 흔히 '참꽃'이라고 불렀다. 그의 어머니도 시장에서 참꽃을 구입했다. 집으로 가져온 참꽃은 설탕과 함께 섞어 항아리에 넣어 두었다. 이렇게 저장한 것은 나중에 물에 타서 음료로 마셨다. 봄철에 구입한 진달래꽃을 설탕에 재워 두었다가 가정에서 음료로 이용했던 것이다.
진달래는 봄철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진달래꽃을 화전에 이용해 왔으며, 진달래꽃으로 술을 담그는 두견주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완도에서는 진달래꽃을 음료로 이용하기 위한 꽃의 거래가 시장에서 이루어졌다.
시장에서 진달래꽃을 판매하는 사람이 5~7명 정도 있었다는 기억도 의미가 있다. 당시 시장에는 진달래꽃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꽃을 채취하여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봄철 산에서 채취한 꽃이 시장을 거쳐 가정의 식재료로 공급되는 모습이다.
진달래꽃의 이용에는 계절적인 특성도 반영되어 있다. 진달래는 봄철 일정한 시기에 꽃이 피기 때문에 생화 상태로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 설탕에 재워 항아리에 보관하는 방법은 봄철에 채취한 꽃을 이후에도 음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저장 방식이었다.
또한 당시 완도읍 시장의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시장에는 월편을 비롯한 먹을거리와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판매되었고, 계절에 따라 산과 들에서 채취한 식물도 상품으로 등장했다. 시장은 주민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이면서 지역의 계절 음식과 생활 문화가 만나는 공간이었다.
전남광주의 농촌과 지역 시장에서도 과거에는 다양한 산나물과 꽃, 열매 등이 거래되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지금까지 음식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일부는 채취와 판매, 가공과 이용에 관한 기억만 남아 있다. 같은 식물이라도 지역과 가정에 따라 조리법과 이용 방법이 달랐을 가능성이 있다.
완도읍 시장에서 팔았던 참꽃 이야기는 지역 음식문화의 역사를 기록하는 데 무엇을 살펴보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식물을 이용했는지와 함께 누가 채취하고, 어디에서 판매했으며, 가정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저장하고 먹었는지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억을 통해 오늘날 우리는 1970년대 초반 완도읍 시장에서 진달래꽃이 거래되고, 가정에서는 이를 음료로 만들어 마셨던 지역의 생활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잊혀 가는 지역의 식재료와 음식문화를 발굴하고, 이를 현대인의 기호와 생활양식에 맞는 새로운 지역 음식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도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소멸되고 있는 전남 지역 고유 음식재료와 조리기술.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4.8.).
허북구. 2026. 전남의 토종 식재료 농업과 음식.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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