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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과 풀짚공예의 만남 - 풀짚공예박물관 학예실장· 교육과정학 박사 황여림
  • 기사등록 2026-10-30 10: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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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경기도 광주에 있는 풀짚공예박물관은 지난 10월 3일부터 오는 11월 6일까지 충남 당진의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에서 특별전 ‘한 올의 풀, 우리를 잇다: 유연한 소통’과 연계 프로그램 ‘함께 엮는 우리’를 운영한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26 K-뮤지엄 지역 순회 전시 및 투어 지원사업’인 ‘뮤지엄 이음’에 선정된 순회전이다. 앞서 8월 1일부터 30일까지는 전남 담양의 한국대나무박물관에서 전시가 열렸다.

  

이번 순회전에서는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과 한국대나무박물관에서 각각 4회씩 풀짚공예 체험행사를 마련했다. 체험 행사를 하기 전에 현지에서는 요즘 무료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어 참가자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 행사에서는 체험객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그 배경에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워진 풀짚공예가 체험활동으로서는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었다.

  

풀짚공예는 볏짚, 왕골, 골풀, 갈대, 억새 등 자연에서 얻은 식물재료를 이용해 생활용품과 장식품을 만드는 전통공예이다. 과거 농촌에서는 짚신, 새끼줄, 멍석, 바구니, 망태기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풀과 짚으로 만들었다. 농사를 짓고 남은 볏짚이나 주변에서 자라는 식물은 생활에 유용한 공예재료였다. 풀짚공예는 농업생산과 농촌생활이 밀접하게 연결된 문화유산인 셈이다.

  

오늘날에는 생활용품으로서의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풀짚공예가 지닌 가치는 새로운 영역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중 하나가 치유농업이다. 치유농업은 농업과 농촌의 자원을 활용한 활동을 통해 국민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사회적 건강을 증진하는 분야이다.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수확하는 활동뿐 아니라 농업에서 생산된 식물재료를 활용하는 공예 활동도 치유농업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수 있다.

  

풀짚공예의 특징은 자연재료를 손으로 직접 다루는 과정에 있다. 볏짚을 만지고, 왕골을 구부리고, 풀을 꼬거나 엮는 과정에서는 손가락과 손목의 다양한 움직임이 이루어진다. 재료의 굵기와 길이, 유연성에 따라 힘을 조절하고 손의 움직임을 반복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손의 협응과 소근육 사용을 유도하며, 일정한 순서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집중력과 주의력이 요구된다.

  

자연재료가 지닌 감각적 특성도 풀짚공예의 장점이다. 볏짚의 거친 촉감, 왕골의 매끄러운 표면, 갈대의 탄력과 식물 고유의 색채는 인공적인 공예재료와 다른 감각 경험을 제공한다. 참여자는 재료를 선택하고 만지면서 촉각과 시각을 활용한다. 식물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손으로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자연과 접촉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풀짚공예는 정서적 경험과도 연결된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작업이라도 한 올씩 엮다 보면 점차 형태가 나타난다. 작은 받침이나 바구니, 장식품을 완성했을 때는 자신의 노력으로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다. 완성된 작품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점도 공예 활동의 매력이다.

  

사회적 교류 측면에서도 활용 가치가 있다. 풀짚공예는 개인 작업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활동으로 구성할 수 있다. 재료를 나누고 제작 방법을 알려주거나 서로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진다. 특히 새끼줄을 함께 꼬거나 공동 작품을 제작하는 활동은 참여자 사이의 협동과 의사소통을 경험하게 한다.

  

농촌 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서는 풀짚공예가 지닌 문화적 기억을 활용할 수 있다. 과거 농촌에서 짚신을 삼거나 새끼를 꼬고 멍석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는 노인들에게 풀짚공예는 익숙한 생활문화이다. 옛날에 사용했던 도구와 제작 방법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과정은 회상 활동과 사회적 교류로 이어질 수 있다. 젊은 세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노인들이 전통기술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치유농업 현장에서 풀짚공예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넓다. 볏짚은 벼농사와 연결할 수 있고, 왕골과 골풀은 식물의 재배와 수확, 건조, 공예 제작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식물의 생육을 관찰하고 재료를 수확한 뒤 가공하여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농업 활동과 공예 활동을 연속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다만 풀짚공예를 체험한다고 해서 곧바로 치유 효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는 없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때는 참여자의 연령과 신체적 특성, 활동 목적에 맞춰 재료와 제작 방법, 작업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단순한 체험행사와 구별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전문성은 이러한 설계와 운영에서 나타난다.

  

풀짚공예를 치유농업에 활용할 때는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체험에서 벗어나 참여자의 특성과 활동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에서 생산되는 식물재료와 지역에 전승된 공예기술을 활용한다면 농장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특히 풀짚공예에 익숙한 농촌 노인과 공예기술 보유자가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면 전통기술의 전승과 농촌 주민의 사회적 활동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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