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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지자체 음식팀의 실패와 영암군 오색 월출소반의 성공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8-18 08: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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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의 기초지방자치단체 행정 조직도를 살펴보면 ‘식문화팀’, ‘미식관광팀’, ‘먹거리위생팀’, ‘미식산업TF팀’, ‘음식문화팀’ 등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음식 관련 전담팀을 두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부서의 소속도 문화과, 관광과, 보건소 등으로 다양하지만, 이들의 공통 목적 중의 하나는 음식관광을 통해 방문객을 늘리고 지역 소득을 증대시키는 데 있다.

 

이러한 조직은 대체로 민선 7기와 민선 8기 시기에 만들어졌다. 당선된 시장과 군수들이 음식관광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성과를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지자체는 거의 없다. 각 지자체는 음식거리 조성, 식당 위생 개선, 지역 음식점 인증 등을 실적으로 내세우며 성과를 자평하지만, 냉정히 말해 이는 새로운 음식 개발이나 독창적인 맛집 발굴과는 거리가 멀다.

 

기존 자원을 다듬고 위생을 강화했을 뿐, 새로 개발된 특정 음식을 먹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드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또한 음식관련 팀이 만들어진 이후 음식 관광객들이 뚜렷하게 증가한 사례도 찾아 보기 힘들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이 성과라고 자랑하는 것들도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지 않으면 금세 흐지부지된다는 점이다.

 

민선 8기가 끝나고 민선 9기가 되오 같은 방향을 유지한 채 정책을 이어간다 해도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음식관광은 단순한 행정의 관리와 지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음식의 창출, 지역 정체성과의 결합, 관광객이 굳이 찾아올 만한 매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까지의 시도를 두고 “실패해도 한참 실패한 정책”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다. 영암군의 (사)예담은규방문화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두레 사업을 추진하며 선보인 ‘월출소반’이다. 원래 천연염색업체였던 이 기관은 염색에 사용하던 식용색소를 응용해 ‘컬러풀한 월출소반’을 개발했다. 즉, 월출소반은 영암의 전통 향토음식이 아니라 최근 창출된 새로운 음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식이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단순히 월출소반을 먹기 위해 영암을 방문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관광을 함께 즐기고 숙박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SNS를 통해 퍼져나간 월출소반의 화제성은 영암 관광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으며, 이는 민간업체의 창의적 시도가 행정 주도의 정책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례는 음식관광을 담당하는 지자체 전담팀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지역마다 음식팀을 두고 수년간 추진해 온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동안, 민간의 한 업체(예담은규방문화원)이 발상의 전환으로 전국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이는 단순히 행정 지원이나 제도적 틀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관광객은 인증마크나 위생 개선보다도 새로운 경험, 차별화된 음식, 이야기를 찾아 움직인다. 

 

따라서 전남의 지자체들이 음식관광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창의성과 차별화에 주목해야 한다. 기존 음식의 관리 차원을 넘어, 지역의 자원을 새롭게 재해석하거나 민간과 협력해 새로운 먹거리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면서, 성공 사례를 확산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영암의 월출소반 사례는 분명히 말해준다. 성공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얻기 어렵다. 실패를 인정하고, 그 실패에서 배워 방향을 전환할 때 비로소 음식관광은 지역 경제와 문화를 살리는 진정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 음식문화, 지자체 조직에 드러난 인식 지형도.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5.7.23.).

허북구. 2025. 전라도 호남선 음식의 적자, 나주밥상.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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