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한문 교사이자 판소리 소리꾼인 백금렬 선생의 항소심 변론이 마무리되었다. 이어 9월 24일,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백금렬 선생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개인의 운명만을 가르는 것이 아니다. 예술 표현의 자유와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백금렬 선생이 재판정에 선 이유는 무엇인가.
백금렬 선생은 오랫동안 한문 교사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국악방송 진행과 시민 활동을 병행해 온 존경받는 스승이다. 30년 넘게 국악을 익힌 소리꾼으로 전국국악경연대회 금상, 보성소리 명창부 장원 수상 등 화려한 경력도 갖고 있다. 특히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각종 민중집회에서 사회를 보거나 권력자의 탐욕과 부패를 해학으로 비틀어낸 공연을 해왔다. 시민들과 함께 분노와 희망을 노래했다. 그의 죄라면 그게 전부다.
전통예술이 시대정신과 만날 때 그것은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증거가 된다. 풍자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건강한 비판 방식이다. 또한 해학은 예술이 존재하는 가장 본질적 이유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한 예술인은 단지 교사라는 직업이 빌미가 되어 재판정에 서야 했다.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도 않았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지도 않았던 그의 노래를 어떤 근거로 단죄하려 하는가?
백금렬 선생의 판소리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부패한 권력에 맞서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였고, 광장에서 분출한 민심의 울림이었다.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헌법은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부정한 권력과 정치인에 대한 풍자가 곧 범죄가 되는 사회라면 그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다. 풍자를 처벌하는 나라는 정치 예술의 자유가 없는 나라다. 그러므로백금렬 선생의 노래를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민중과 예술인의 목소리를 범죄화하는 것이고, 백금렬 선생을 기소하고 재판에 이르게 한 것은 헌법 정신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내란의 수괴가 구속되고 관련자들에 대한 특검 수사에 국민의 관심이 높다. 그와 함께 광장에서 권력을 풍자한 소리 공연을 한 예술가에 대한 재판 역시 주목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존엄, 나아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역사적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9월 24일, 백금렬 선생에게 무죄를 선고하라.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풍자와 해학, 예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라.
-민주주의와 헌법적 권리를 지키는 판결을 하라.
2025년 8월 18일
(사)한국민예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