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농업은 오랫동안 인간의 생존을 지탱해온 산업이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일은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활동이었고, 공동체의 존립을 좌우하는 생명선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농업은 점차 ‘생산’ 그 자체로만 인식되었고, 사람들은 흙과 계절의 리듬에서 멀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체험농업이었는데, 최근 새롭게 주목할만한 흐름이 ‘재미농업’과 ‘엔터네이먼트 농업’이다.

재미농업은 말 그대로 농업에 즐거움과 오락성을 입힌 개념이다. 단순한 노동이 아닌 놀이와 체험, 문화적 경험으로 재구성된 농업 활동이다. 도시민이 농촌에서 모내기, 수확, 전통음식 만들기에 참여하며 웃고 즐기는 과정이 바로 재미농업의 본질이다. 여기에 공연과 축제,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농업을 종합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는 방식이 엔터네이먼트 농업이다. 농업을 무대 삼아 음악과 게임, 미디어, 축제 등이 어우러질 때, 농업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한 노동이 아니라 삶의 즐거움으로 변모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콘(옥수수) 미로, 호박 축제, 농장에서 열리는 할로윈 파티는 농업을 오락과 관광의 장으로 만든 전형적인 애그로테인먼트(Agri-tainment)다. 일본의 팜파크(Farm Park)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농업 체험과 공연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네덜란드의 케어팜(Care Farm)은 농사 체험에 음악회와 요리 프로그램을 덧붙여 새로운 농업문화를 제시한다.

한국 농촌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은 충분하다. 모내기와 탈곡 같은 전통 농사 과정을 단순 체험이 아닌 그 과정을 즐기는 재미 농업으로 접근할 수 있고, 공연과 놀이극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마을 주민이 농악과 판소리를 곁들여 관광객과 함께 참여한다면, 배움과 즐거움, 관람의 재미가 동시에 살아난다. 또 농장 공간을 활용해 사계절별 축제를 기획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봄에는 딸기 축제, 여름에는 보리와 수박, 가을에는 벼와 고구마, 겨울에는 전통 발효음식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특히 스토리텔링은 재미농업과 엔터네이먼트 농업의 핵심이다. 지역 고유의 자원을 공연·게임·전시와 연결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이 결합하면 젊은 세대의 참여도 높일 수 있다. VR·AR을 활용한 가상 모내기 체험, 드론을 활용한 농촌 레이싱, 메타버스 농장 축제 같은 프로그램은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진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창출한다.

이러한 모델은 농가의 경제적 이익에도 긍정적이다.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보다 체험·재미·공연·관광이 결합하면 방문객의 지출이 커지고, 지역 식당·숙박·교통업과 연계되며 지역경제 전체에 활력을 준다. 동시에 사라져가는 농촌 전통놀이와 문화가 현대적으로 계승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따라서 재미농업과 엔터네이먼트 농업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농업의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확장하고, 농촌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이루는 전략적 접근이다. 일과 놀이, 생산과 축제, 전통과 첨단이 결합할 때 농업은 다시금 활력과 매력을 얻게 될 것이다. 전남 농촌이 이 두 가지 흐름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때, 농업은 ‘웃음과 즐거움이 피어나는 새로운 무대’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4. 재미 농업과 놀이.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4-03-06).

허북구. 2024. 재미 농업의 효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4-02-16).

Mitchell, M., L.T, Damonte, and D.J. Domke-Damonte. 2007. Agri-tainment: combining agriculture and entertainment along the grand strand. The Coastal Business Journal 6(1):11-24.

Mitchell, M. and G. Turner. 2010. Agri-tainment: a new crop for farmers. Journal of Food Products Marketing 16(4):373-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