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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고령자의 고독과 복지 그리고 치유농업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 기사등록 2025-09-01 08: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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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농촌 지역은 현재 심각한 저출산·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이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 결과 농촌 사회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진 문제는 농촌 고령자의 고독이다. 과거 농촌은 대가족 제도와 지역 공동체가 튼튼히 작동하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운 상호부조와 돌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도시로의 젊은 층 유출, 핵가족화, 농업 노동의 축소 등으로 공동체의 유대가 약화되면서 홀로 사는 노인이 늘어나고, 고립은 한층 심화되고 있다. 고독은 단순한 심리적 정서가 아니라, 건강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고독감은 신체와 정신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의학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 고독은 흡연이나 비만과 맞먹을 정도로 건강을 해치며,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높인다. 또한 우울증이나 치매 발병과도 관련이 깊어, 농촌 고령자에게는 ‘조용한 건강 위기’라 할 만한 상황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평생 농업에 종사하며 ‘일하는 것’을 삶의 중심으로 여겨 온 이들은, 노화와 건강 문제로 더 이상 노동을 이어갈 수 없을 때 삶의 의미를 잃기 쉽고, 그만큼 고독감이 깊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농촌 고령자의 고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복지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 사회 전체가 고령자를 포용하는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

 

그 방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치유농업과 복지의 융합이다. 농작업은 분명 힘든 노동일 수 있지만, 자연과의 접촉, 계절의 변화 체험, 수확의 기쁨 등은 신체와 정신 건강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를 경감·단순화하여 고령자가 무리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접목한다면, 고독을 완화하고 삶의 보람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농촌 고령자의 고독 완화를 위해 그린케어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이 원예치료사의 지도 아래 텃밭을 가꾸고, 수확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취미활동도 즐길 수 있다. 운영은 농회(우리나라의 농협과 유사한 조직)가 맡고 있으며, 비용 대부분은 국가가 지원한다. 농업을 매개로 고령자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동체적 연대를 회복시키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치매 등급을 받은 어르신에게 재가 요양보호사 파견이나 반찬 배달 서비스, 돌봄 모니터링과 같은 일부 복지 서비스는 시행되고 있지만, 대만의 그린케어 스테이션처럼 농업을 활용해 고독을 직접 완화하는 행정 체계와는 거리가 있다. 물론 한국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치유농업사 국가자격증 제도를 마련했고, 각 지역에 치유농장이 속속 개설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원들이 고령자의 고독 문제나 농촌 고령자의 일중독 치유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행정의 뒷받침이다. 국가 차원에서, 혹은 최소한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고령자의 고독을 치유농업과 연계한 복지로 접근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고독은 개인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역 공동체 전체의 건강성을 비추는 거울이다. 농촌의 미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고독을 ‘보이지 않는 문제’로 방치하지 않고, 복지와 치유농업이 결합된 포괄적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5. 농촌 고령자의 고독과 일중독, 치유농업이 해법이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8.28.)

최연우. 2025. 농촌 고령자 일 중독, 복지의 시선으로 풀어야.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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