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의 농촌융복합산업체를 방문했다가 그 업체의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이 업체의 대표는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열정적인 경영자였다. 전문가로서 안목과 눈높이도 높아 상품 개발에서도 자신의 기준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 업체는 수출업체와 거래하면서 외국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상품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 이와 유사한 제품을 개발해 놓고 있었다. 제품의 품질과 완성도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상품을 살펴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전문가의 높은 기준에 맞춰 개발한 상품이나 외국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상품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마침 그 업체가 지역 축제에 판매 부스를 마련해 참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필자는 대표에게 직접 상품을 진열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라고 권했다. 좋은 상품이라는 판단에 머물기보다 실제 소비 현장에서 상품성을 검증하고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보라는 취지였다. 아울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때에도 처음부터 완제품을 만들기보다 샘플을 제작해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그 반응을 바탕으로 최종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을 권장했다.
얼마 전 그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동안 박람회나 축제에 참가할 때면 상품을 진열해 놓고 판매와 상담은 직원들에게 맡겼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필자의 권유에 따라 직접 부스에 상주하면서 소비자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대표는 그 경험이 상당한 충격이었다고 했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상품의 장점과 소비자들이 실제로 관심을 보이는 부분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의 입장에서 상품을 생각한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했다.
농촌융복합산업체를 현장에서 살펴보면 이와 비슷한 사례를 자주 접한다. 대표들은 원료의 우수성과 제조기술, 제품의 기능과 품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교육과 박람회에 참가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거나 해외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은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전문가가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상품이나 외국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상품이 국내시장에서도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생산자와 전문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실제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융복합산업체는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과 제조 과정에 대한 애착이 강해 원료의 우수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소비자는 가격과 맛, 사용의 편리성, 포장 크기, 보관 방법 등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가치를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이러한 차이를 줄이려면 상품 개발의 출발점을 소비 현장에 두어야 한다. 생산자의 경험이나 전문가의 평가를 바탕으로 상품을 기획하더라도 최종적인 상품화에 앞서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샘플을 제작하여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디자인과 가격, 용량, 사용 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수집하면 상품 개발의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다.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상품을 수정하고 다시 평가받는 과정은 개발 비용과 판매 실패의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박람회와 지역 축제는 이러한 시장조사를 실천할 수 있는 좋은 현장이다.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어느 상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지, 어떤 설명에 관심을 보이는지,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반응을 기록하고 분석하면 상품 개선과 판매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다.
전남광주 농촌융복합산업체의 경영자들은 생산과 가공에 쏟는 노력만큼 소비 현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생산 현장에서 축적한 전문성과 경험에 소비 현장에서 얻은 정보를 결합할 때 경영의 판단력도 높아진다.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일을 특별한 행사로 여기기보다 일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광주 농촌융복합산업체와 공간의 경제성.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10.7.).
허북구. 2026. 전남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 농산물 가공과 6차산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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